미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식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31일 오후 10시. 대통령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의 부인 로라 부시가 전당대회장인 퍼스트유니언센터의 연단에 나타나자 대의원과 열성 공화당원 등 2만여명의 청중은 일제히 “로라, 로라”를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연두색 투피스차림의 로라여사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결코 정치연설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남편의 청혼을 수락했었는데 오늘은 상황이 다르다”고 운을 떼 폭소가 터져나왔다
. 호흡을 가다듬은 로라는 모든 어린이들이 문맹을 깨우칠 수 있도록 50억 달러를 투입할 것을 골자로 한 공화당의 교육공약을 조목조목 거론한 뒤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로라의 연설이 끝나자 마침 오하이오주에서 유세중이던 부시 주지사가 화상연설을 통해 “당신에 대한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첫날 연설을 맡겨 미안하다”며 또 한바탕 웃음이 일었다.
선거전이 본격화하자 대선주자 못지않게 부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까지 관심이 쏠리면서 유난히 조신한 처신을 하는 로라의 내조스타일이 화제가 되고있다.
로라의 조용한 내조는 유세 현장마다 동행하며 먼저 무대에 올라 남편소개를 도맡는 바람에 ‘치어리더 티퍼’라는 애칭이 붙은 앨 고어 부통령의 부인 티퍼와 아예 정치판에 들어선 힐러리 등과는 천양지차라 할만하다.
게다가 러닝메이트로 결정된 딕 체니의 부인 린 체니의 왕성한 사회활동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대조가 되고있다.
이때문에 이같은 로라의 처신이 힐러리의 너무도 왕성한 사회활동에 넌더리가 난 많은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의 인기가도에 로라가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라의 이같은 성격은 성장환경에서 비롯됐다. 서부 텍사스의 조용한 소도시 미드웨스트출신인 로라는 31살때까지 별다른 이성교제없이 지내다가 1977년 친구의 바베큐파티에서 부시를 만나 불과 3개월만에 결혼했다.
텍사스 남감리교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대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한 후 초등학교 사서로 근무하던 로라에게 유망한 청년 석유사업가였던 부시가 끈질기게 따라다닌 결과였다는게 로라친구들의 전언이다.
로라는 이날 “나는 교육문제외에는 잘 모른다”며 “그러나 남편이 당선될 경우 교사경험을 살려 소외아동들에 대한 교육기회확대 등에 일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필라델피아=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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