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 대한 신나치 테러를 보는 국민적 관심이 길거리 미친 개한테 물릴까 걱정하는 것 만큼도 안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최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위험수위를 이미 넘어버린 국내 극우테러에 대해 이렇게 한탄했다. 외국인 테러가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소행에서만이 아니라 이제는 국민의 묵인속에 자행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이런 사회분위기에 편승해 극우주의자들이 마치 국민의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 요즘 이 문제를 바라보는 독일 정가의 걱정이다.
이미 독일내 외국인 테러는 국가이미지 실추는 물론, 경제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게 지표로 확인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극우테러범죄는 신고된 것만 746건에 3년만에 처음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 올 들어서는 3명이 이미 극우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경제적으로 낙후됐던 옛 동독지역에서 주로 일어났던 테러 패턴도 동·서독을 가릴 것없이 전 지역에서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차역에서 파이프 폭탄이 터져 유대인 등 10명이 부상했던 서독지역 뒤셀도르프는 첨단 정보통신의 신 메카로 각광받고 있는 가장 부유한 도시이다.
첨단 고급인력의 유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지난달 도입한 ‘그린카드제’도 외국인 테러에 막혀 한달도 안돼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책정한 2만개 일자리 중 실제 지원한 외국인 근로자는 5,400여명에 불과했다.
공업화가 가장 진척된 헤세주에서는 1,271개의 일자리 중 25명만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극심한 고급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독일 경제계가 미국의 고급두뇌 ‘싹쓸이’에 맞서겠다고 내놓은 야심작이 테러위협이라는 엉뚱한 암초에 걸려 발목이 잡힌 것이다.
정부는 8,100만 인구중 신나치 극우테러리스트로 분류될 수 있는 요주의 인물은 9,000여명이며, 이들이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외국인에 대한 ‘관용’을 높이고, 젊은이들이 테러에 물들지 않도록 하는 대안책 마련을 위해 최근 1억9,3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등 대대적인 대 테러작전에 들어갔다.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 내무부, 법무부, 정보부처 등 관련 정부 기관들도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며 국민적 각성을 촉구하는 등 전례없는 강경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불법이민자들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유럽내 불법이민자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독일 국민의 이들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아 신나치주의자들의 극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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