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행보가 심상치 않다. ‘강한 러시아’재건을 표방하며 취임한 후 3개월동안 그가 순방한 국가들의 면면이 간단치 않아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새로운 세계 질서의 재편을 노리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푸틴 대통령은 지난 달 18일 중국에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난뒤 다음날 구 소련을 포함, 러시아의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공식 방문했다.
내달에는 미국의 코앞에 있는 사회주의 국가 쿠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쿠바 방문 역시 1991년 구소련 해체후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푸틴이 처음이다.
이어 푸틴은 조만간 리비아도 공식 방문한다. 푸틴은 지난달 31일 러시아를 방문한 압델 라흐만 샬감 리비아 외무장관의 예방을 받고, 무아마르 가다피 국가평의회 의장의 리비아 방문 요청을 수락했다.
푸틴이 방문했거나 할 예정인 중국-북한-쿠바-리비아는 모두 구소련 시절 정통 우방국이었으나 냉전종식후 러시아와 관계가 소원해졌고,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3국은 미국이 ‘깡패국가’로 규정한 나라들이다.
푸틴은 지난달 26일에는 또 다른 ‘깡패국가’인 이라크의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와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갖는 등 양국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푸틴의 이같은 일련의 행보는 단순한 외교관계 개선을 넘어서 이들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세계 질서의 재편’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즉 러시아가 정권교체기에 따른 미국의 레임덕을 이용, 냉전시대의 서구와 동구의 강력한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국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반미 세력의 연합’을 구상함직하다는 것이다.
푸틴이 중국과 북한의 방문에서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 반대를, 리비아와 이라크에게는 미국의 제재해제와 공습중단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미’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은 푸틴의 이같은 행보에 심기가 편치않은 것 같다.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푸틴의 리비아 방문에 대한 미국의 찬성여부는 밝히지 않은채 “우리는 양국이 어떤 대화를 나눌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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