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뒷받침할 내각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초점은 경제팀이다. 금융시장의 안정, 기업 구조조정, 공공부문 개혁 등 경제현안들의 성패가 국가의 운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궤도수정땐 개혁성 강한 '김종인 카드'
안정성고려땐 조직력강한 '진념 카드'
현재 경제부총리에는 6공때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벌개혁을 추진했던 김종인씨와 진념 기획예산처장관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경제부총리를 누구로 하느냐는 인물 선택의 차원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흐름을 바꾸느냐, 바꾸지 않느냐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 아울러 지금의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느냐, 그렇지 않게 보느냐는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종인 전수석을 경제부총리로 택한다면, 이는 경제정책의 방향에 수정을 가하고 개혁을 가속화한다는 의미이다. 김전수석은 현 경제관료들이 낙관적 경제전망의 근거로 내세우는 ‘펀더멘털론’을 부인하며 근본적인 수술을 주장해온 구조조정론자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론자들은 “한국 경제가 지금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숨어있는 부실을 털지않으면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빅딜이 이루어진 선박엔진 항공 철도차량 분야의 부실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상당수 워크아웃 기업들의 부실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이를 그대로 두면 1년이나 1년반 후에는 한국 경제의 신뢰를 추락시키며 유동성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게 근본적인 구조조정론자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김종인 카드’를 선택할 경우 부담도 있다. 수십조의 공적자금 추가 조성, 낙관적 경제전망의 수정이 불가피하며, 이로 인한 대국민설득과 야당의 공격이 현실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또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필요한 대북경협에 재원을 염출하기가 쉽지않게 된다.
이런 부담을 고려, 관료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개혁성을 갖고있고 조직장악력이 있는 진념장관이 대안으로 부각된다. 진장관은 지금의 경제정책을 계속 다루었다는 연속성, 안정성이 장점이면서 아울러 책임론도 함께 지고 있다.
경제부처 일각에서는 “지금 경제실험을 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안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양론 속에서 김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개혁성에 비중을 두는 ‘경제부총리 김종인-경제수석 정운찬 서울대교수’카드가 강력히 부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관료 카드가 제기되고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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