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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재무구조 개선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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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벌 재무구조 개선 급하다

입력
200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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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재벌들이 처음으로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한 결과, 사실상의 매출과 순이익 규모는 크게 부풀려지고, 부채비율은 낮게 계산돼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재벌의 허상을 보아 온 것이다.결합재무제표는 그룹내 전 계열사를 하나의 회사로 보고 회계처리한 것으로,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모두 상계된 것이어서 이런 허상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정도가 심해 충격적이다. 16개 대규모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대부분 300% 내외였으며, 4대그룹(금융계열사 제외)은 삼성을 제외하고는 200%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그룹의 매출과 순이익은 당초 발표보다 30~50% 이상 줄었다. 금융계열사를 포함하면 부채비율은 훨씬 높아지고, 매출과 순익은 크게 낮아진다. IMF체제 진입 이후 강력한 재벌개혁이 추진되어 왔고, 그 결과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는 것이 정부의 평가였지만 우리 재벌의 수준은 아직 이 정도다.

정부는 4대그룹 부채비율이 목표치인 200%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번 결합재무제표는 이 수치의 허구성과 재무구조의 문제점을 확인시켜 주었다. 곧 있을 2단계 기업 구조조정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뿐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더 큰 과제를 떠 안게 됐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에 대한 재벌의 불만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우선 이같은 일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으며, 특히 금융업이 포함된 것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몰상식한 조치라는 것이다. 재계는 과대포장과 축소발표가 대외 신인도 하락과 시장의 불신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누구를 위해 결합재무제표를 만드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재벌이 자초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부당한 내부 거래, 순환 출자, 외형중시의 부풀리기식 경영, 부실한 외부감사 관행화 등으로 재벌의 재무제표 신뢰도는 높지 않았다. 결합재무제표는 97년말 IMF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재벌회계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결합재무제표 작성으로 재벌들은 이제 더 이상 감출 것이 없어져 오히려 홀가분해진 측면도 있다. 또 앞으로 내부거래 등 과거의 관행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국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재벌개혁의 중간점검 성격인 이번 결합재무제표 작성은 무엇보다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의 투명성 향상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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