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30일 실시된 대선에서 예상대로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베네수엘라는 ‘사회주의적’ 개혁작업의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차베스 대통령이 라이벌인 야당연합의 프란시스코 아리아스 후보에게 압승한 것은 전국민의 80%를 차지하는 빈민층의 압도적인 지지 덕분이었다.
그는 이를 의식한 듯 당선 일성으로 “이번 승리는‘평화혁명의 완성’을 의미한다”면서 “피폐된 경제와 사회의 재건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부패척결과 빈곤타파를 내세운 좌파 민족주의적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자신감을 표시한 것이다.
차베스는 향후 6년 임기 동안 자신이 구상해온 정치·경제·사회의 대수술을 단행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관측이다.
그는 1998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개혁을 시도했으나, 기득권층의 재산 해외유출 등 조직적인 반발에 부닥친 경험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추진한 것이 개혁헌법이었다.
지난해 말 국민투표를 통과한 이 헌법에는 부정축재자 재산 몰수, 민영기업 재국유화 조치, 군 자치권의 확대 등 혁명적인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차베스의 전도가 그리 밝지만 않다. 강력한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경제사정이 나빠질 경우 모든 비난이 그에게로 쏠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수출 3위인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유가폭등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7%, 실업률 15%’의 경제성적으로 빈곤층에서 마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부유층과 중산층, 그리고 지난해 수재복구작업에서 사이가 틀어진 가톨릭의 반발도 차베스의 행로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의 5%에 불과하지만, 원유수출의 이익을 대부분 향유하는 부유층은 차베스 집권후 지금까지 80억달러 가량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선거 결과로 그 규모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제2의 쿠바화’를 우려하는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의 압력도 차베스의 행로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다.
미국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통치방식을 추종하는 차베스의 집권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차베스는 누구
우고 차베스(46) 대통령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을 열렬히 지지하는 좌파 민족주의자이다.
1954년 농촌 마을인 사바네타에서 태어나 육군사관학교에 입학, 1975년 소위로 임관했다. 그는 특수부대 장교 시절인 1989년 2년간 시몬 볼리바르대 정치학과에서 위탁교육을 받으며, 현실 정치의 부조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차베스는 1992년 부정과 부패에 찌든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육사 동기로 이번 대선에서 자웅을 겨룬 프란시스코 아리아스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 2년동안 투옥됐었다.
그러나 쿠데타 경력은 그를‘부패한 정부에 반기를 든 지도자’로 급부상시켰으며, 정치적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의 ‘제3의 길’을 주창하는 차베스는 1998년 대통령에 당선돼 전국민의 80%를 차지하는 빈민층을 위한 개혁의 칼을 뽑아 들었다.
그는 지난해 말 민간기업의 국유화와 대통령의 연임 등을 담은 급진적인 개혁헌법을 제정했으며, 이는 무난히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카스트로처럼 야구광인 그는 첫째 부인과 이혼한뒤 언론인 출신의 마리사벨과 재혼,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교사출신으로 사회민주주의자인 부친은 현재 바리나스 주지사로 일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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