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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투부코치 '자판기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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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투부코치 '자판기 아저씨'

입력
200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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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게임 당하기로 유명한 야구부, 출전 자체가 화제인 축구부에 이어 서울대에 권투부까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난해 3월 서울대 권투부원 3명이 전국신인아마복싱선수권대회에 처녀 출전해 관심을 끌었다. 난생 처음 링에 오른 선수들은 모두 1회전에서 탈락, “서울대답다”라는 평만 받고 학교로 돌아왔다.1년 뒤 웰터급의 김동범(21·미대 조각과 2), 페더급의 이현우(21·자연대 기초과학계 2)가 재도전에 성공,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자 복싱인들조차 놀랐고 이들의 활약은 한동안 장안의 화제가 됐다.

‘사각의 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범생들의 선전 뒤에는 1995년 창단 이후 권투부를 이끌어 온 장광일코치(32)가 있다. 아직 코치라는 호칭조차 멋적어 하는 그의 직업은 서울대 근로복지조합소속 자판기관리원. 광주상고 시절 대통령배 전국대회 페더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아마복서 출신이다. 88 서울올림픽 국가대표 페더급 선발전에서 아쉽게 탈락했을만큼 전도가 유망했지만 개인사정으로 글러브를 벗어야 했다.

제대후 94년 서울대에 직장을 얻었다. 하지만 권투에 대한 미련까지 떨칠 수는 없었다. 95년 어느날 새벽 출근길에 대운동장에서 로드웍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지도를 자청했고 학생들은 마냥 따랐다. 그로부터 5년동안 근무시간이 끝나면 항상 2시간 이상 학생들을 지도해 왔다.

부원은 30여명이지만 꾸준히 연습하는 부원은 5~6명에 불과하다. 링은 고사하고 샌드백과 펀치볼도 없는 권투부원들은 미트를 두들기며 훈련한다. 최근 대한아마복싱연맹으로부터 헤드기어 몇개를 구했다.

장코치는“워낙 여유가 없다보니 선수들에게 고기 한번 제대로 사주지 못한다”고 미안해 한다. 대신 학생복서들이 강의실에선 경험할 수 없는 ‘헝그리정신’을 키우기를 바란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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