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의 와중에 산업경쟁력의 원천인 기술개발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 쏠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 이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자본재수입, 그로 인한 대일 무역적자 심화현상을 보면 현실성을 띄게된다.정보기술(IT)과 글로벌 소싱이 시대적 조류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품·소재를 포함한 자본재의 수입대체 내지 수출 산업화는 여전히 우리경제가 최선진 대열에 합류키 위한 지상명제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이 기술개발임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과 같이 전통제조업이 ‘굴뚝산업’으로 부당하게 폄하되고 있는 현실에서 기계류, 부품·소재산업에 계속 기술개발 투자를 할 기업인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가. 필자가 최근 만나본 많은 기업인들의 대다수는 애지중지 평생을 바쳐 키워온 공장을 후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겠다는 긍정적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얘기다.
최근 한·일 기계부품·소재 분야 상담회에서도 확인됐지만 우리 기업의 기술수준이 선진국 수순에 근접해 한·일간 산업협력이 명실상부한 수평적 분업형태로 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성적을 90점까지 올려놓는 것보다 100점까지의 마지막 10점 향상이 어렵듯이 우리 기술수준을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느끼는 것은 “정부의 기술개발에 대한 열기가 식었다”“기술개발이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부의 산업기술개발 자금의 지원금리이다.
시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이 자금의 금리는 한때 기업의 기술개발 유인책으로 실효성이 컸으나 금년초 지원금리가 8%까지 상승, 시중금리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지면서 대부분이 영세규모인 자금수요 기업들은 자금의 사용을 기피하고 있다.
개별기업이 IMF경제위기 이후 기술개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는 실정에서 지금과 같이 산업기술개발자금 마저 비인기자금으로 전락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심화해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WTO체제하에서 정부가 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된 몇 안되는 분야의 하나인 기술개발 지원이야말로 할 수만 있으면 제로에 가까운 일본의 금리수준을, 정 안되면 5%이하 수준을 적용해서라도 과감히 기업의 기술개발투자를 유인해야 한다.
/한영수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한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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