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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KAIST로 간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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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KAIST로 간 매듭

입력
200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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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문화재 매듭장 김희진씨가 카이스트에 갔다. 지난 6월의 일이다. 도래매듭, 동심결매듭, 날개매듭을 배우는 수학자들의 이해력은 놀라웠다. “남자 손이라 솜씨가 투박했지만 그렇게 이해가 빠른 강습생은 처음 만났어요.” 매듭장은 새로 만난 ‘제자들’에 탄복했다.김희진씨를 초청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고기형·진교택 교수는 “끈 하나로 형태를 엮어가는 방법은 위상(位相)수학의 한 분야”라면서 뒤늦은 전통문화와의 만남을 반가워했다.

■ 올해는 유네스코가 정한 ‘수학의 해’다. 어제부터 6일간 강원도 용평리조트에서 카이스트 주관으로 ‘매듭 2000 (Knots 2000)’이란 국제 수학학술회의가 펼쳐진다. 이 회의에서 한국의 매듭은 새 역할을 하게 된다.

카이스트 수학자들은 강습에서 익힌 솜씨로 ‘매듭목걸이 이름표’를 만들어 각국에서 온 10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선물했다. 또 매듭이론을 다룬 논문을 발표하는 이 회의에서 김희진씨는 실기강좌를 여는데, 이 때 참석자들이 직접 만든 매듭도 각자에게 좋은 기념이 될 것이다.

■전통매듭과 수학자들의 만남은 이채롭다. 진교택 교수는 학술회의를 앞두고 기념품을 구하다가 김희진씨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매듭 표현기호가 수학 표현기호와 비슷한 것을 알게 돼 매듭과 수학을 연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수학의 매듭이론은 한 공간 안에 다른 공간이 들어가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폐곡선의 얽힌 상태 연구에서 비롯된 이 이론은 20세기에 들어와 학문으로 정립됐다.

■ 인류가 매듭에 관심을 가진 시기는 아주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의 무덤벽화에 나온 그림이 첫 흔적이고, 사냥꾼의 올가미와 뱃사람의 밧줄, 그리고 아가씨들의 머리땋기도 모두 매듭을 이용하는 일이다. 이번에 수학자들이 매듭작품을 기념품으로 생각해 낸 것은 신선한 발상이다.

‘매듭목걸이 이름표’는 앞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서 활용 가치가 있다. 가을의 아셈회의나 2002년 월드컵에서 사용한다면, 첨단수학으로 설명하는 전통문화로서 한국매듭을 널리 드러내게 될 것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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