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미르에 평화의 싹이 움트고 있다.인도군과 인도령 카슈미르주 최대의 이슬람 반군조직인 ‘히즈불 무자히딘’은 30일 11년간 2만5,000여명이 숨진 전투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휴전 협상은 반군측이 지난주 전격적으로 3개월 휴전을 선언하고 인도 정부가 반군에 대한 전투행위를 중단함으로써 성사됐다.
협상 전망은 밝은 편이다. 외신들은 인도측이 ‘전제조건 없이’ 협상에 응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최소한 총성을 멈추게 할 돌파구’는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히즈불 무자히딘의 일방적 휴전선언을 ‘시기상조’라고 폄하했던 카슈미르내 다른 반군조직들과 후원세력인 파키스탄도 인도측의 태도를 주시하겠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1947년 파키스탄 독립 이후 53년간 풀지 못했던 카슈미르 사태가 일말의 진전을 보인 것은 무엇보다 지역의 역학변화 때문이다.
냉전이 종결되면서 파키스탄과 이슬람반군에 부여됐던 ‘소련·인도 저지선’ 역할이 사라졌다. 오히려 파키스탄은 잇단 핵개발과 쿠데타로 서방 세계의 눈밖에 났고, 파키스탄이 ‘도덕적 지원’만 한다고 주장하는 반군은 ‘지역의 문제아’가 됐다.
여기에 미국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3월 파키스탄을 방문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쿠데타 정권을 용인하는 대신 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인도 정부도 감옥에 있던 반군지도자들을 잇따라 석방, 화해무드에 부응했다.
또 카슈미르를 포함한 영토분쟁으로 전쟁까지 치렀던 중국과도 국경선 획정에 나섰다. 하지만 양국이 과거 세 차례나 전면전을 치르고 경쟁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서게 만든 카슈미르 문제가 이번 협상 만으로 완전히 해결될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우선 14개나 되는 반군조직과 파키스탄이 한 목소리로 히즈불 무자히딘 만이 나선 평화협상을 지지할 지 의문이다. 각 정파들이 꿈꾸고 있는 카슈미르의 위상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인도 정부는 협상에 응하지 않는 반군조직에 대한 군사작전은 계속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양쪽 국민들이 품고 있는 구원(舊怨)과 카슈미르에 대한 집착도 여전하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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