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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장편소설 '서서 잠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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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장편소설 '서서 잠드는…'

입력
200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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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10대들이야말로 이 시대에 남은 마지막 식민지가 아닐까요.”소설가 김향숙(49)씨가 5년 만에 장편소설 ‘서서 잠드는 아이들’(창작과비평사 발행)을 발표했다.

원조교제·입시문제등

꾸밈없는 10대모습 담아

동인문학상, 연암문학상을 수상한 중견작가지만 5년간 중단편을 전혀 쓰지 않던 그가 10대 문제를 다룬 소설을 전작으로 발표한 것이다.

아버지를 여의고 돈많은 중년 남자와 이른바 원조교제를 하면서 생활하다 거듭된 임신중절 수술로 자궁을 들어내기에 이르는 지선, 암투병하는 어머니 대신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가난 때문에 일찍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문제아가 됐지만 친구 지선의 삶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혜진, 공금 횡령으로 구속된 아버지 때문에 방황하는 남영, 부잣집 아들로 너무 많은 돈이 자신들을 파괴한다며 친구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으로 일탈을 꾀하는 영서와 선우….

김씨 소설의 주인공들은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가감없는 10대들의 모습이다. 그건 또한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어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씨는 “그들의 이야기를 한계를 두지 않고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가 10대를 통과했던 시기를 돌이켜봅니다.

입시의 중압감이 있었지만 그때는 책읽기를 탈출구로 해, 그나마 진짜 삶에는 부딪치지는 못하고 다만 무대 아래서 삶을 바라보며 견딜 수 있었다면 지금 10대의 어려움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더 큰 덫이 되고 있습니다. 대학과 물질이라는 중첩된 소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지요.”

김씨는 “삶의 연습이 안 된 10대들이 살아내기 위해서 내지르는 비명과 스스로를 보호하는 생명력까지, 어른들은 그들 마음의 밑바닥을 들여다봐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7년 전에도 ‘스무 살이 되기 전의 날들’이란 청소년소설을 쓴 적이 있다. 이번 소설은 그때 미진했던 이야기들을 쓴 것이기도 하다.

그간 “쓸 이야기가 없어” 중단편을 쓰지 않았다는 김씨는 이번 이야기로 ‘마음 속의 숙제’를 던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김씨 자신 이제는 20대가 된 두 아이를 키운 주부다. 그는 “아이들이 참새처럼 물어다주는 그들 사회의 이야기가 창작에 직접적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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