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치는 등 오랫동안 지연돼온 의약분업이 결국 의료계의 재폐업과 함께 혼란과 파행으로 출발하게 됐다. 1일 병·의원 폐업으로 6월 당시와 같은 진료마비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지만 병·의원마다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환자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동네의원 폐업
동네에 따라 어느 병·의원은 문을 열고 어느 곳은 문을 닫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31일 오후 현재 15개 시·도 가운데 서울 인천 강원 등 3개 지역 의사회가 폐업 돌입을 결의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도 산하 시·군·구 의사회별로 입장이 제각각이다.
서울의 경우 종로·구로·강남구는 재폐업 결의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으며 인천도 구별도 재폐업 입장이 다른 상태다.
다른 시·도들도 재폐업의 격론을 벌이는 곳이 많아 실제 폐업에 참가하는 동네의원 비율은 6월 폐업 참가율 90%에 비해 크게 낮은 60%를 밑돌 전망이다.
그러나 환자들의 불편은 불가피하다. 아들의 감기로 동네의원을 찾고 있다는 이모(31·여·서울 양천구 신정동)씨는 “31일 오전 아들이 다니던 의원을 찾아 재폐업 여부를 물었더니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내일은 문을 연 곳을 찾아 헤매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 대형병원
일부 전공의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으나 의대교수들은 대부분 폐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삼성의료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29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상태로 응급실과 중환자실에만 전공의 40여명이 조편성을 통해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교수들도 의약분업이 본격 시행되는 1일부터 파업에 참여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중이다.
전공의들이 파업에 돌입한 신촌세브란스병원은 해당과장의 결정에 따라 투쟁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대병원은 일단 정상 진료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교수·전공의들의 입장 정리가 안된 상태다.
이 때문에 외래나 입원 환자들은 언제 다시 ‘진료마비’사태가 일어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불편은 언제까지?
의료계 내부의 보조가 맞지 않아 이번 집단폐업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병·의원이 문을 닫지 않더라도 의약분업에 필요한 원외처방전을 낼지, 또 약국들이 처방전에 따라 조제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활명당 약국 약사 조경래(53)씨는 “원외처방전을 가지고 오더라도 동네약국의 90% 이상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의협에서 넘겨 준 다빈도 처방약품목록에 있는 약은 품절이 돼 3개월 이상 기다려야 약을 구할 수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또 대형 의료기관과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게 되는데다 약국들도 임의조제나 대체조제가 불가피한 실정이어서 결국 시행첫날부터‘반쪽 의약분업’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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