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정신’이라 무엇일까. 거친 듯 하면서 부드럽고,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감도는 흙은 동양적 중용의 도와 닮았다.그 뿐인가. 살아 디뎌야 할 토대이자, 죽어서 돌아가야 할 귀의처. 때문에 흙은 삶과 죽음의 상징, 그 어디쯤에서 동양적 사유의 한 자락으로 흘러왔다.
재미작가 곽훈(59)씨가 화두로 삼은 것이 바로 ‘흙’이었다.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하고 활동하면서 그는 ‘흙’의 질감과 색조를 따왔고, 그 속에 동양적 세계관을 풀어낸 회화 작품들을 선보였다.
‘찻잔’ ‘기·겁’‘주문’ 시리즈 등 흙을 모티프로 다도와 선(禪)의 세계를 담은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명상적이다. 작품 감상만으로도 ‘선 수행’하는 듯 싶을 정도.
곽씨가 이번에 흙과 함께 해 온 20년 작업을 정리하는 전시회를 갖고 있다.
12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대지와 물(earth & water)’이란 제목으로 ‘주문’ ‘찻잔’ 시리즈 등 대표적 회화 30여 점을 전시하고, 설치 신작 ‘정수기’를 선보인다.
세라믹으로 만든 높이 1㎙의 정수기 50여 개가 설치되는 ‘정수기’는 최근 10년 동안 지속해 온 옹기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옹기작업은 흙의 생명력을 근간으로 빚어낸 조형 세계인 셈이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한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는 뉴욕의 찰스 코레스 갤러리 전속 작가로 활동하는 등 미국에서 인정받는 몇 안되는 국내 작가중 하나다.
올초 중국에서의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쳐 국제적인 입지를 더욱 다지고 있다. (02)720_5114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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