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도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면 더 이상 쫓지않는 법인데….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질 생각은 않고 수영하는 법을 가르치겠다는 게 요즘 정부의 태도다.”(현대 관계자) “문제가 생기면 뭔가 하는 척하다가, 또다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상대를 어떻게 믿느냐. 스스로 머리를 깎지 못한다면 당연히 누군가 나서야 한다.”(정부 관계자)정부와 현대는 31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소모적인 입씨름을 계속하며 서로를 탓했다. ‘현대 3부자’가 동반퇴진을 선언한 지 정확히 2개월째 되는 날이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보니, 시장에 대해 무척이나 민망했던 모양이다.
사실 그동안의 경과를 보면 양측 모두 힘으로만 버텼을 뿐,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려는 성실한 자세를 보였는지 의문스럽다. 정부는 ‘왕회장’을 정점으로 성채화된 현대의 지배구조도 그저 ‘시장의 힘’만 들이대면 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현대는 연매출 80조원이라는 덩치만 믿고 줄곧 국가경제를 볼모로 잡는 오만함을 버리지 않았다.
그 결과 양측의 체면과 명분은 구겨질대로 구겨졌고, 시장도 만신창이가 됐다. 황제경영과 관료주의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물론 따지고 보면 원인제공자는 분명히 현대다. 하지만 시장실패가 발생할 때 국민의 이름으로 해결할 권한을 가진 정부의 책임도 절반이다.
정부와 현대 모두 “월말만 되면 터져나오는 ‘현대괴담’에 더 이상 시장이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참여자들의 말을 가슴에 담아야할 때다.
조재우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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