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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현대문제 스스로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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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현대문제 스스로 해결하라

입력
200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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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제는 은행장 회의에서 만기도래 어음과 채권을 연장하는 선에서 일단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왜냐하면 현대의 유동성위기가 단순한 유동성위기가 아니라 경영부실과 전근대적 지배구조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내 호전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면 문제는 더욱 가중될 수 있다.현대와 같이 큰 기업의 문제는 그룹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융기관 전체의 운명이 달려있고 나아가서는 나라경제 전체가 물려 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대는 계열기업이 37개에 총 자산이 87조원에 이르고 있어서 거의 모든 은행과 금융기관이 여기에 묶여 있다. 만약 현대가 도산하게 되면 이들 모든 은행이 부실채권으로 부실해지게 된다. 은행은 일반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아 영업을 하는 기업이므로 수많은 고객이 피해자가 된다. 다른 건전한 기업마저 은행의 부실로 피해자가 된다.

국민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이 때문에 현대와 같이 큰 기업들은 스스로 절대 망할 수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어려우면 정부가 어떠한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구제해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랄해저드가 그동안 구조조정 대신 방만한 투자와 무리한 경영을 하게 한 것이다. 현대문제의 본질은 모럴해저드인 것이다.

현대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 대책은 무엇인가. 모럴해저드를 없애는 것이 근본 대책일 것이다. 그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현대 스스로 풀어야 하는 문제이다. 계열분리를 시작하여 매듭을 짓는 것이다.

계열분리를 통하여 독립경영으로 탈바꿈하는 일이 첫 단계이다. 기업이란 항상 흥망성쇠가 있는 것이다. 전 계열사가 현대그룹 안에 묶여 있는 한 공생하든지 공멸하든지 운명공동체가 되기 때문에 잘 나갈 때는 시너지효과가 있으나 몇 개의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게 되면 우량기업들까지도 함께 망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멸망의 시너지효과라고 할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계열을 분리하여 독립경영체제로 가는 것이 필수다. 독립경영체제하에서는 잘 되는 우량기업과 그렇지 못한 불량기업이 구분되어 흥망성쇠의 법칙이 개별기업별로 적용되기 때문에 그룹전체가 운명을 같이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룹전체가 운명을 같이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금융기관 전체의 문제로 비화하지도 않을 것이며 국민경제 전체가 목을 매다는 문제도 아닐 것이다.

두 번째 대책은 정부의 정책과 관련이 된다. 정부가 간섭을 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이번처럼 채권은행단이 전격적으로 나서서 현대건설의 부채상환을 연기시켜준 것은 일단 위기를 넘기는데 기여하였으나 현대건설이 단기간내에 우량기업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문제를 더 키우거나 연기시킨 결과를 자아낼 뿐이다.

현대가 금년말까지 연기조치 받은 8,300억원과 나머지 자구노력으로 갚아야 하는 1조2,000억원을 잘 처리하고 내년부터 건실한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면 이번 조치는 잘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보장이 없는 것이다. 특히 시장으로부터 위험신호를 받은 기업은 자금조달 등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유동성위기가 계속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6개월안에 호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다면 현대의 문제는 은행의 부실을 더욱 심화시키는 길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를 살리기 위하여 은행의 부실이 심화하고 결국에는 국민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정부가 뒤에서 이러한 조정을 했다면 앞으로도 정부가 이를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따라서 정부가 개별기업의 문제로 앞장서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부는 원칙과 기준에 따라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 금융의 건전성 감독 등과 같이 이를 철저히 감독하는 일에 전념하여야 할 것이다.

/강철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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