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29일 만기가 돌아온 2,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모두 결제, 큰 위기는 넘겼으나 제2금융권과 해외금융기관의 상환 요구가 빗발쳐 자금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30일 현대건설과 외환은행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29일 만기가 돌아온 1,966억원의 진성어음과 기업어음(CP) 중 한빛은행이 재연장해 준 CP 500억원을 제외한 1,466억원을 현대종합상사 대여금 등으로 간신히 막았다. 이 과정에서 신규자금 대출을 고려했던 농협, 기업은행 등은 도움을 주지않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가 일단 큰 고비는 넘겼지만 은행들이 신규자금 대출을 꺼리는데다 제2금융권과 해외채권단은 만기일도 되기 전에 모든 채무를 상환할 것을 독촉하고 있다"며 "현대 경영진의 자구노력 결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말까지 현대건설이 상환해야 할 제2금융권 차입금은 6,351억원, 해외 차입금은 5,474억원에 달한다.
▲ 보유 주식담보 EB 추진
현대건설은 "8~9월 중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등 보유 주식 일부를 EB(교환사채)방식으로 해외에 매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주식 526만주(6.93%) 전량을 주당 4만원의 교환가격에 매각할 경우 총 2,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 또 2,460만주(23.86%)의 현대상선 주식 중 일부도 EB방식으로 매각키로 했다.
교환사채란 매입자측이 상환시점에서 교환가격보다 주식가격이 높으면 주식을 요구하고, 주식가격이 낮으면 현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사채다.
이와 함께 현대건설은 총 8억5,000만달러의 이라크공사 미수어음을 유럽의 투자기관들에게 매각해, 8~9월 중 1차분 1,300억원 가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시장 인내 한계
하지만 현대가 신용등급 하락을 '음모론'등으로 대응하며 경영구조 개선등 근본적인 대책을 미루자 금융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제2금융권의 김모상무(55)는 "현대를 지원하고 싶어도 현재와 같이 경영진이 안일하게 대처하는 상황에서는 지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시장은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에 관한 신뢰 상실이 이번 유동성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는 반면, 현대 수뇌진은 단순한 현대건설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일시적 문제로 판단하고 있어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며 "현대 경영진이 좀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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