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양복 정장의 모습에서나,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평상의 차림에서나 강하게 풍기는 것은 전형적인 서민스러움이다. SBS ‘주말 뉴스’앵커 박수택(42).그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열심히 사는 이 시대의 평범한 ‘서민’이라는 것. 그의 책상 위에는 기자 윤리강령이 붙어있다.
대부분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길가에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이 있으면 어김없이 불러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 이런 그를 동료들은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별명을 붙였다.
뉴스 진행도 이 분위기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박수택 앵커는 평범한 서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뉴스와 정보를 매우 알기 쉽게 전달하고 진행한다”는 PC통신에 올린 한 시청자의 소감은 그의 앵커 스타일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박수택이 그동안의 고정적이고 획일적인 앵커상을 일시에 깬 것은 1998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진행한 마감 뉴스 ‘SBS 나이트 라인’. 그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뉴스와 정보는 초등학교 학생들도 이해할 정도였다.
앵커가 아닌 단순한 뉴스 전달자(뉴스 캐스터)라고 불러 달라는 박수택의 확고한 입장 하나. “내가 지향하는 것은 서민 민주주의다.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 많은 사람들이 먹는 먹거리 등이 문제가 있으면 뉴스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뉴스를 초등학교 5학년 정도가 이해할 수 있게 풀어 전달해줘야 한다.”
취재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뉴스 전달까지 꼼꼼히 챙겨 단어 하나도 선별해 전달하는 철저함이 있기에 시청자들은 그의 뉴스가 편하다.
그의 앵커관은 단 세마디로 압축된다. ‘쉽게, 재미있게, 그리고 알차게’
. 세상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박수택 앵커는 원칙주의가 편해서 지켜갈 뿐이라고 했다.
밥알을 흘리는 초등학생인 두 아이는 북한 어린이의 실상을 말해주며 나무라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한다. 엄격한 아버지의 뒷 모습에는 자녀의 초등학교 담임교사 이름까지 아는 자상함이 배어있다.
그의 기자 입문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편견의 산물이다. 아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1984년.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우리의 견고한 학벌사회를 의식했다.
그래서 우선 1, 2지망으로 기업과 은행에 입사 원서를 냈다. 그리고 기자의 꿈을 버리지 못해 3지망으로 방송사에 입사 원서를 내밀었다. 하지만 기업과 은행은 시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서류 전형에서 탈락시켰다.
1984년 MBC에 입사한 뒤 1991년 SBS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추한 한국인’의 저자 실체 파악 등 숱한 특종을 했다.
그리고 음주문화의 경종을 울리기위해 술을 못 마시는 그가 직접 폭탄주를 마시고 피흘리는 자신의 위를 보여주며 리포팅한 것은 그의 완벽주의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준 사례다.
늘 시간에 쫓기는 앵커지만 그는 항상 웃는다. “스트레스를 등산과 만화로 푼다.” 의외였다. “만화는 간략한 그림으로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점에서 뉴스 전달하는 데 참고가 된다.
기자의 세계를 다룬 일본 만화 ‘라스트 뉴스’ ‘특종 사건 현장’이라는 만화를 보고 있다.” 스트레스를 풀면서도 공부하는 자세는 그가 한학을 배우기 위해 지난해 방송통신대 중문과에 진학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4월부터 주말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많은 기자들의 꿈인 앵커를 빨리 그만 두고 싶어한다. 기자는 현장에서 리포팅할 때 존립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은퇴하는 자신을 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언론이 급변하는 사회 현상을 따라가지 못한다. 뒤처지는 언론이 빨리 변신해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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