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졌다"북한의 대남사업 전선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는 사실이 이번 회담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북측 386세대의 젊은 회담 일꾼들은 이번 장관급 회담 북측대표단과 회담 전략 수행원으로 참석하는 등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올해 37세로 북측 대표단 중 최연소인 량태현. 내각 사무국 과장급으로 지난 달 남북 정상회담 때 남측 수행원을 안내하며 “대단히 똑똑하다”는 평을 들었다.
남북회담사상 북측이 과장을 고위급 회담의 대표로 발탁한 것은 전례없는 파격이다. 때문에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장관급 회담에 과장급 인사를 내보낸 것은 너무 무성의한 처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남측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전금진 북측단장도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29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박재규 통일부 장관 등 남측 대표들과 환담하면서 “386세대 젊은 분들이 (회담에) 끼워 넣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다”며 북측의 상황을 전했다. 북한 사회에서 젊은 인재들의 각 분야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북측 전략 수행원인 권호웅 내각 참사도 386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차세대 일꾼. 40세인 권참사는 남측에는 권민 이라는 가명으로 더 알려져 있으며 4-5월 정상회담 준비접촉 때 북측 대표의 한 사람으로 활약했다.
권참사는 특히 지난 해 6월 베이징(北京) 차관급회담 때 전금진 단장과 함께 대표로 나왔다. 이번 회담에서도 전단장의 핵심 브레인으로 회담의 막후 조정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회담 일꾼들의 세대교체는 6월 27-30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도 확인됐었다.
386세대는 아니지만 당시 단장인 최승철은 49세로 남북 회담에 첫선을 보인 인물이었고, 이금철 최창훈 대표도 40대 초반의 신진 인사들이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대남분야는 물론 민족경제협력연합회등 남북경협 파트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며 “북측은 새로운 남북관계를 맞아 대남 인적 자원을 새로 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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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다"
6·15 남북공동선언의 ‘약효’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 1차 남북장관급 회담에서도 확연히 나타났다. 과거 회담때 북측의 고정 메뉴였던 경직된 표정, 타협을 무시한 일방적인 자기주장, 언론플레이 등 부정적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북측 대표단의 태도가 놀랄 만큼 진지하고 부드러워진 것이다.
북측의 변화조짐은 우선 전금진 수석대표 등 대표단이 처음으로 가명 대신 본명을 쓰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감지됐다.
70년대부터 남북협상 테이블에 단골로 등장하면서도 늘 ‘전금철’이란 가명을 썼던 전대표부터 본명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통일부의 한 간부는 “남북문제를 공작 차원에서 다뤄온 북한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북측은 또 회담에 앞서 늘 해 온 언론 플레이도 이번에는 생략했다. 29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북측 대표단은 남측 언론의 거듭된 요청에도 “회담으로 결과를 말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과거 북한은 남북회담이 있을 때면 으레 남한 언론을 겨냥,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은 양 선전해 회담 분위기를 어색케 하곤 했다. 그러나 대표단은 만찬 등 비공식 자리에서는 남측 관계자들과 부담없이 농담을 즐겼다.
북한 대표단의 변화는 전수석대표가 29일 밤 이한동 총리가 주재한 만찬에서 한 인사말에서도 잘 나타났다.
전대표는 인사말에서“쌍방은 과거의 타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번 회담이 겨레에 더 이상 실망을 주지 않는 대화가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맹이 없이 말만 번지르한 회담 형식을 벗어 던지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이자 선언이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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