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자금지원은 합시다. 만약에라도 쓰러지면 어쩌려고….”“대우때도 경험했지 않습니까. 아뭏든 우리는 더이상 협조할 수 없습니다.”은행권에 현대 지원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내키지는 않지만 이 시점에 돈줄을 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온다는 주장과, 손실로 되돌아올 추가자금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9일 만기도래한 2,000억여원은 현대건설이 가까스로 자력해결했지만 외부자금 수혈 없이 독자연명은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자금지원에 대한 채권단간 조기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끔직한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절박한 시점에 채권단이 그저 돈을 주느냐, 마느냐의 논쟁만 거듭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현대사태 본질적 해결책인 자산매각, 지배구조개편, 계열분리등 시장신뢰 회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왜 현대측에 요구, 아니 압박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 채권단 고위인사는 “재무구조개선약정에도 없는 경영권 문제를 금융기관이 어떻게 건드리나. 정부 말도 듣지 않는 현대가 채권은행 말을 들을 것 같지도 않고…”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렇다면 누가 문제를 풀 것인가. 현대는 자기혁신 의지가 없음이 확인됐다. 정부는 ‘관치’부담으로 직접 나서지 못한다. ‘시장혁명’은 너무 추상적이다. 결국 나설 곳은 채권단 뿐이다.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는 궁극적 채권확보와 기업-금융의 공생을 위한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다.
파국을 막으려면 무차별 여신회수는 중단돼야 하고, 신규자금은 지원돼야 한다. 대신 현대를 개혁시키고, 필요하다면 강제하는 것도 채권단의 책무다.
이성철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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