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들이 오해하거나 낙담하는 특이한 한국문화가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한국인들의‘공간’에 대한 태도다.가령 서양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대화하는 공간을‘사적 영역’으로 생각하고 그 대화에 끼어들 때는‘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아무리 복잡한 곳에서라도 몸을 부딪히거나 스쳤을 때‘실례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하지 않으면 큰 결례로 취급되는 것이 서양문화이다. 하지만 한국사람 대다수는 붐비는 큰길에서 서로 부딪혀도 양해를 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이런 일에는 거의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외국인들을 종종 놀라게하는 이런 태도는 어디서 연유한 걸까. 내가 한국에서 살아온 2년 동안의 관찰과 추측 끝에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한국인들이 다른 민족과 섞이지 않고 오랫동안 단일한 민족으로 살아와 집단의식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공간에 대한 태도 뿐 아니라 ‘우리’를 강조하는 한국어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우리 엄마 ’‘우리 학교’‘우리 회사’등 ‘우리’를 빼놓고 말을 하는 한국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둘째 서울이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급성장을 한 바쁜 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 살고 있다. 이런 도시에서 개인 공간이란 사치품과도 같다. 서울에서는 거리, 지하철, 시장에서 사람들이 매일같이 부딪히고 공간을 공유한다. 만약 서양문화의 기준으로 사람들과 부딪힐 때마다 양해를 구해야한다면 한국사람들은 하루에 열두 번이라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한국사람들의 이런‘접촉문화’를 보여주는 다른 실례도 있다. 한국에서는 어린시절부터 아이들은 부모와 손을 꼭잡고 다니는 게 일반적이다. 성인이 돼서도 성적 의도없이 동성친구들과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다니는일이 자연스러운데 이것은 외국인들에게는 아주 생소하다.
사무실의 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서양의 사무실은 어떤 구조라도 개인공간을 확보해주고 있는 반면, 한국의 사무실은 대부분 책임자를 중심으로 훤히 트여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기준으로 그들을 바라보기 보다는 자신들의 공간관념으로 한국인들을 재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두 문화의 공간에 대한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감각을 지닐 수 있다면 한국인들과 친해지기는 훨씬 쉽지 않을까.
/나디아라힘·고려대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모로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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