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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눈을 감을 때까지 깨닫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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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눈을 감을 때까지 깨닫는 게임

입력
2000.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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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부터 들은 친구 장인의 얘기다. 나이 70에도 여전히 골프를 즐기는 장인은 일요일 오후 골프장에서 돌아오면 먼저 장모를 찾아 이렇게 외친다고 한다.“여보, 오늘 골프가 무엇인지 깨달았어. 이제야 골프를 알 것 같애.”이때 장인의 모습은 정말 새로운 비밀을 알아낸 소년 같다고 했다.

그러면 친구의 장모는 “그래요? 좋겠수. 그래 오늘은 또 무엇을 깨달았어요?”하고 묻는데 그러면 장인은 골프가방을 풀지도 않고 장모에게 다가가 그 날의 깨달음을 진지하게 털어놓는다고 했다.

물론 장모는 장인이 말하는 내용을 깊이 알아듣지 못하지만 들어주는 시늉을 하는 것이란다. 장모에겐 20년 가까이 일요일마다 들어온 남편의 ‘大悟聲’인 셈이다.

공군 파일럿 출신인 친구의 장인은 30대부터 비행장에 마련된 골프장에서 골프를 배우기 시작, 구력 40년이 넘었다.

핸디캡도 한창때는 5 전후를 벗어나지 않았고 지금도 보통 80대초반을 치고 간혹 싱글을 기록할 만큼 나름대로 골프의 일가를 이루고 있었다. 그럼에도 골프가 항상 새롭게 다가서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이 해답을 찾으면 골프의 비밀과 매력을 깨닫게 된다. 골프가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것은 두번 다시 똑 같은 샷을 날릴 수 없는 특성 때문이다.

라운드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곤 하지만 그 상황은 비슷하기만 할 뿐 결코 똑 같지 않다. 새로운 상황을 맞으니 새로운 샷을 만들어내야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예기치 않은 굿샷과 미스 샷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전에 알지 못한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골프의 특성, 즉 한시도 머물지 않고 사라져 버리려는 골프감각의 속성이 골프를 언제나 새롭게 느끼게 한다.

아마도 이 세상에 골프의 감각만큼 붙잡아 두기 힘든 것도 없을 것이다. 장시간 땀과 열성을 쏟아 골프감을 근육과 머리에 깊숙히 각인시켜 놓았다고 안도하는 순간 이미 골프감각은 뒷문으로 도망칠 궁리를 하고 있다.

많은 골퍼들이 한두개의 멋진 샷을 날린 뒤 ‘바로 이 맛이야!’하고 무릅을 치지만 결코 그 순간의 감각을 잡아둘 수 없는게 골프다.

골프에 관한 한 ‘이제 됐다’는 순간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진정한 골퍼라면 눈을 감는 순간까지 새로운 깨달음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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