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일본 지바(千葉)현 마쿠하리(幕張) 멧세 경기장에서 열린 세계 탁구선수권대회는 우리 민족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사상 처음 남북한 단일팀으로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강호 중국 선수들을 맞아 신들린 듯 싸웠다.특히 현정화 이분희선수로 구성된 여자복식팀의 분전은 감동적이었다. 별로 손을 맞추어 볼 시간도 없었지만, 두 선수는 마치 일란성 쌍둥이처럼 호흡이 척척 맞아 중국선수를 물리치고 세계선수권을 따냈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재일동포 응원단은 그 순간 제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한반도 기(旗)를 찢어지도록 흔들며 목이 터지도록 아리랑을 불렀다. 누가 제안하지도 않았는데, 몇사람이 부르기 시작하자 도도한 합창의 물살이 체육관을 뒤흔들었다.
처음 맛보는 그 감동을 그냥 삭일 수 없다는 듯 동포들은 체육관 앞 마당에서 북과 장구와 꽹과리를 두드리며 어두울 때까지 놀았다. 그 자리에는 민단도 조총련도 없었다. 오직 한민족이 있을 뿐이었다.
■오는 9월 시드니올림픽 개막식 때 남북한이 올림픽 기를 앞세우고 동시입장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8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남북한 선수단의 통일염원을 수용하기 위해 이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사마란치위원장은 올림픽 기를 앞세우고 남북한이 각자 국기를 들고 뒤따르는 안을 내놓았으나, 북한측이 분단의 고착화 이미지를 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기사용을 반대해 IOC가 수용한 것이라 한다.
■다음 회의에서는 남북한 선수단 단일 유니폼 문제도 거론될 전망이라 하니 스포츠 분야 통일분위기가 실감난다. 독일도 1956년 멜버른 올림픽 때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동서독이 동시에 입장했었다. 독일은 하나임을 상징하는 감동적인 이벤트였다.
우리도 올림픽 깃발 아래 한반도기를 같이 들면 어떨까. 재일동포들이 민족융합을 위해 만든, 흰 바탕에 하늘색으로 한반도 지도만 그린 깨끗한 깃발은 우리의 통일염원을 세계에 널리 알려줄 것이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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