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양측 대표단은 30일 밤 마지막 만찬을 함께 하며 얼굴이 불콰할 정도로 유쾌하게 술잔을 주고 받았다. 고건(高建) 서울시장이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마련한 환영만찬은 양측 대표단을 포함해 113명이 참석, 오후 7시40분께 시작돼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북측 인사가 2명씩 자리한 13개 테이블에서는 만찬 내내 ‘위하여’라는 건배제의가 메아리처럼 이어졌다. 남측 박재규 수석대표는 잇단 건배제의에 “전금진 단장은 내일 할 일도 많은데 술을 조금 드려야한다”며 짐짓 만류하기도 했다.
○…술이 거나해지면서 몇몇 테이블에선 통일시기 등을 놓고 가벼운 입씨름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측 김순규 문화부차관이 북측 량태현 대표에게 “통일되면 젊은 당신들은 잘살 거요. 나이 든 우리는 길을 여는 것이지”라고 말하자 곁에 있던 북측 이명철 수행원이 “선생님 세대에서 조국이 갈라졌는데 왜 젊은 세대에게 책임을 미룹니까”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에앞서 이날 낮 남북 대표단 50명은 프로골퍼 박지은(朴址垠)선수의 아버지 박수남(朴壽男·60)씨가 경영하는 강남구 신사동 ‘삼원가든’에서 생갈비 120인분에 백세주 20여병을 곁들이며 2시간여동안 점심식사를 했다.
북측 전금진(全今鎭) 단장은 “12년전 방문 때보다 서울시민들의 정신이 더욱 유연해졌다”며 “오늘 첫 회담이 잘됐으니 민족에게 좋은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 대표단은 이어 오후 2시30분께 서울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을 방문, 선사시대실과 삼국시대실 등을 30여분간 둘러보았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