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苦行휴가 "으,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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苦行휴가 "으, 짜증나~"

입력
2000.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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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30일 밤 서울을 떠나 전북 남원시 지리산 뱀사골을 찾은 박모(31·회사원)씨는 호텔주인의 터무니 없는 숙박료 요구에 기가 질렸다.이름은 호텔이지만 시설은 장급여관에 불과한 이 호텔의 1박 숙박료는 무려 20만원. 호텔 주인이 “묵을 사람 많으니 비싸면 그만 두라”고 소리치는 통에 박씨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 곳에 여장을 풀었다.

박씨는 친구 이모씨(32·서울 강동구·자영업)와 핸드폰으로 통화하곤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던 친구 이씨는 “예약해 둔 민박집 주인이 전화를 걸어 숙박료를 배로 올려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방을 넘기겠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주기로 했다”고 하소연했다.

올 여름휴가가 최악의 ‘고행길’로 접어들고 있다. 전국 유명 계곡과 해수욕장마다 바가지 요금이 예년 수준을 초월하는 것은 물론, 쓰레기 대란이 벌어지고 명절귀향길을 뺨칠 정도의 교통난이 빚어져 피서객들의 불만과 짜증이 극에 달하고 있다.

▲ 손님은 봉

‘휴가 고행길’은 IMF체제 이후 휴가를 자제했던 시민들이 일제히 바캉스 행렬에 나서고 있는 데다 피서지 상인들도 지금까지의 불황을 일거에 만회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각종 요금을 올려받고 있기 때문.

지난해 받은 바가지요금보다 20~30% 이상 비싼 ‘겹 바가지요금’은 기본이고 예약손님에게 까지 “돈을 더 내라”며 배짱을 부리는 ‘철면피’ 영업까지 판치고 있다.

10일 개장 후 72만명이 찾아 지난해보다 30% 정도 관광객이 증가한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은 3만원 안팎이던 민박이 7만~8만원으로, 장급 여관은 15만원선까지 뛰었다. 지난 주말부터는 피서객이 몰리면서 웃돈을 얹어주지 않으면 방 잡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텐트 하나 빌리는 데도 2만~3만원을 내야 하고 물놀이용 튜브 하나에 5,000원, 물놀이 세트는 3만~5만원까지 뜯기고 있다. 차량으로 10분 거리인 강릉역-경포해수욕장간 택시요금은 무조건 한사람 당 5,000원. 미터기는 무용지물이다.

이를 반영, 피서지 지자체의 홈페이지에는 피서객들의 불만의 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30일 강원 양양군 홈페이지에는 “예약한 민박집에서 휴가 4일 전에 요금을 2배로 주지 않으면 올 생각을 말라는 전화가 왔다”는 항의문이 떴고 ,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한 피서객은 “주인이 부르는 대로 주지 않으면 굶어 죽을 지경”이라고 소리높였다.

천신만고 끝에 방을 잡은 피서객들은 찰거머리 호객행위에 더 한번 시달리고 있다. 강원 거진해수욕장을 찾은 강성식(28·회사원·서울 마포구)씨는 “하루종일 노점상과 나이트클럽, 횟집에서 잡아끄는 바람에 도대체 쉬러 왔는지 도시 환락가에 왔는지 분간이 안된다”고 말했다.

▲ 피서지는 쓰레기 하치장

피서지에 예년 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쓰레기와 악취로 뒤덮여 피서객들의 체감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는 날마다 10~13톤의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고 설악산국립공원에서는 50여명의 전담요원이 산과 계곡을 헤집으며 바위틈에 감춰진 쓰레기를 청소하지만 쓰레기 대란은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매일 15톤 트럭 3대분의 쓰레기가 나오는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청소상황실 관계자는 “감시가 어려운 밤시간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대부분”이라며 “단속권한이 없는 청소원들의 말엔 귀도 기울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 대관령 넘는 데 3~4시간

피서길은 시작부터 고행길이다. 지난주부터 본격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대관령을 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4시간. 서울에서 강릉까지는 8시간은 넘어야 갈 수 있다.

30일 대관령 뿐 아니라 영동고속도로 횡계휴게소-구산휴계소 20㎞구간에는 30㎞ 미만의 정지상태나 다름없는 체증이 온종일 계속됐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번 주에 여름 휴가자의 40% 정도가 휴가길에 나설 예정으로 파악돼 서울-강릉 통행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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