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외국인선수와 팀 성적의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 1998시즌 현대가 창단후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도 스코트 쿨바라는 출중한 용병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한화 우승의 원동력으로 로마이어와 데이비스라는 외국인타자들의 활약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98년 국내무대에 첫 선을 보인 이래 용병스카우트를 둘러싸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이 벌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의 기론. 지난 해 롯데는 마무리로 길 포일이라는 투수를 데려왔지만 국내무대 적응에 실패했다.
후임자를 물색하던 롯데는 호세(올 시즌 뉴욕 양키스로 이적)의 추천으로 기론을 테스트하기로 했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간 적도 없고 트라이아웃 캠프때 별로 주목받지 못한 선수였다.
지난해 5월초 국내로 데려와 테스트했지만 롯데 코칭스태프의 결론은 ‘NO’였다. 기론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구공항으로 갔다.
기론의 에이전트만 구단 프런트와 막판까지 몸값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롯데는 울며겨자먹기로 기론과 계약했다. 중간계투나 패전처리용 투수쯤으로 여겼던 기론의 활약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렵다던 롯데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31일은 용병교체 마감시한이다. 물론 이후에도 용병을 바꿀 수 있지만 이날 이후 계약한 용병은 포스트시즌에 뛸 수 없다. 이번 기회에 용병스카우트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용병의 자격과 몸값이 대표적이다.
야구규약상 전년도(99시즌)와 전전년도(98시즌)에 메이저리그 확대엔트리(40명)에만 들지 않으면 용병을 스카우트할 수 있다. 몇몇 구단은 규약의 허점을 이용, 올 시즌에 뛴 메이저리거를 수입, 메이저리거를 배제하기 위한 규약의 원칙을 무색케 했다.
또 무차별적인 돈공세를 막기 위해 몸값 상한선을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로 정했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이다. 몇몇 구단들이 20만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돈을 주고 용병을 스카우트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어차피 지키지 못하고 편법이 통용될 수 있는 규약이라면 개정하는 게 좋다. 다행히 8월1일 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차라리 용병스카우트 제한을 완전히 풀어 구단자율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
정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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