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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한 '아바이 마을', "그래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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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한 '아바이 마을', "그래도 기다립니다"

입력
2000.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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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를 기다렸는데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대표적 실향민촌인 강원 속초시 청호동 속칭 아바이마을 주민들은 27일 북한에 살고 있는 남한 이산가족들에 대한 보도를 접하면서 또 한번 슬픔에 잠겼다. 실향민, 통일애기만 나오면 언론의 초점이 되곤했으나 이번 남북 양측의 상봉자 명단에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속초시에서는 이번에 424명이 상봉을 신청했었다.

이날 청호동노인회관에는 10여명의 실향 1세대들이 모여 애끓는 심정들을 토로했다. “이번에 상봉하는 사람들중에 혹시나 아는 사람이 나오나 하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명만 나와도 떨리는 목소리로 눈물을 글썽이며 고향얘기를 나누었다.

지난해 중국을 방문, 북에 두고온 딸을 만나려고 했으나 끝내 무산됐던 여석창(呂錫昌·74)씨는 “딸의 얼굴을 한번만이라도 보는 게 평생 소원”이라며 “남북 양측이 한걸음씩 양보해 우리들의 평생 한을 꼭 풀어주기 바란다”고 희망했다. 여씨는 부인도 북한에 가족을 두고온 실향민으로 이번에 신청했었다. 박임학(朴林學·71)노인회장은 “주민들 모두 실망이 이만 저만 아니다”며 “1·4후퇴때 헤어진 누나를 꼭 만나보고 죽고싶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남북 당국이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양보하면 이산의 한을 풀날이 올 것”이라며 “그때까지 꼭 살고 싶다”고 간절한 소망을 피력했다.

청호동은 5,900여명의 주민중 1,082명이 실향1세대로 대부분 70~80대여서 상봉의 한이 누구보다도 절절하다. 주민들은 이산가족 상봉문제가 합의됐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달 15일 마을잔치까지 벌였었다.

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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