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아저씨들, 이제 그만 싸우고 우리를 돌봐 주세요.” 인도네시아의 초·중·고교생 257명이 23일 자카르타에서 ‘전국 어린이회’를 결성하고 채택한 정치권에 보내는 권고문의 핵심 내용이다. 이 권고문은 “정치인들이 싸움만 일삼기 때문에 경제가 나빠져 많은 친구들이 학교를 떠나 길거리나 공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정부는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들을 위한 숙소를 제공하고 그들이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 외신은 34년만에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지만 정국불안 등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면하면서 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남아의 한 나라 소식을 전하는 것이어서 ‘그런 일도 있었구나’하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먼 나라 이야기거나, 해외토픽 수준에 그치는 소식만은 아닌 느낌이 든다.
■국회법 개정 강행처리에 따른 여야 대치로 25일 임시국회가 폐회됨에 따라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법안들이 묶여버렸다.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금융지주회사법안, 저소득층 지원 등을 위한 추경예산안, 중산·서민층 지원 관련 세법 개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민생 관련 법안과 경제·교육부총리 신설 등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란이 많은 약사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인들은 왜 이럴까. 정치를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인가.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미주그룹의 박상희회장은 재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자 국회의원 신분이다.
그는 정치인이 되고서도 중소기협중앙회장직을 조기 사퇴하지 않는 이유를 지난 3월 민주당에 입당할 당시 2004년 2월까지의 3선을 보장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다. 사익과 공익이 분별되기나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15세인 인도네시아 어린이회 회장이 던진 “정치인들은 이제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말은, 스스로 국회를 ‘개판’으로 타락시키고 있는 우리 국회의원들에게 걸맞은 경고이기도 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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