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술(仁術)을 펼치러 왔습니다.”중앙대 의료봉사단(단장 이석인·李錫仁 체육교육과 교수) 28명이 2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일정으로 필리핀 오지인 알바이, 소소곤, 이리가 지방 등에서 ‘사랑의 병원’을 열어 현지 주민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봉사단의 첫 기착지는 알바이의 파랄랑 지역. 마을 서쪽 60여㎞ 지점의 메이욘산이 지난 2월24일 폭발하는 등 올 들어 3차례에 걸쳐 화산활동을 했고, 평상시에도 항상 화산가스를 뿜어대 386가구 1,987명 주민 대부분은 눈병과 천식, 담석으로 고생하고 있다. 폐결핵, 갑상선종, 심장병 등으로 신음하는 중환자도 많지만 의료시설이라곤 간호사 1명이 상주하는 클리닉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약품이 전무해 가벼운 상처에도 속수무책이다.
24일 하룻동안 봉사단이 치료한 환자수는 150여명. 1주일전 개에게 다리를 물린 아들(6)을 데리고 온 래리 미란다(28·여)씨는 “담뱃잎으로 덮어둔 상처에 농이 빠지지 않아 걱정했는데 주사도 맞고 약도 받았으니 이젠 안심”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날 진료를 받은 60여명의 어린이 환자중 3명이 심장병으로 판명돼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임인석(林仁石·42·소아과) 교수는 “환자들이 자신의 병명은 아는데 약을 구할 길이 없어 병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면서 “환자가 너무 많지만 그들의 사연이 워낙 안타까워 성심성의껏 치료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쏟아지는 땀을 훔쳤다.
같은 날 오후에는 봉사단원들의 태권도 시범이 펼쳐졌다. 초등학교에 모인 어린이 150여명이 ‘태’ ‘권’ ‘도’를 외치며 이호영(李鎬英·20·컴퓨터공학2)씨의 품새를 따라했고, 100여명의 주민들은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이씨는 “‘가라데’밖에 모르던 아이들이 ‘태권도 넘버 원’을 외치는 것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석인 단장은 “필리핀 오지에 의료·방역활동, 시설보수 등 도움을 주러 왔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순박함을 잃지않는 주민들로부터 겸손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