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드러내지 않고 한 두 컷 그림과 압축된 설명을 통해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풍자한 경우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민사3부(주심 송진훈ㆍ宋鎭勳 대법관)는 28일 김인호(金仁浩) 전 청와대경제수석이 전 경향신문사 시사만화가 김상택(金相澤ㆍ현 중앙일보)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수석은 김씨가 IMF직후인 1997년 12월20일자와 98년 1월21일자 경향신문 만평에서 각각 항공권을 구입하고 출국장 한쪽에 서 있는 모습을 풍자하자 "해외도피를 모의하고 있는 내용으로 묘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98년 1월 김씨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의 만평은 당시 경제위기와 관련된 책임 추궁이나 처벌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던 원고의 해외 도피 가능성을 암시하고 출국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일뿐 원고가 해외 도피를 계획 또는 모의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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