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을 준비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당국은 26일 북측 대표단의 신변안전 보장각서를 전달했다. 하지만 신변이 보장되는 북측 대표단들의 명단은 27일 남측에 통보됐다. 누가 대표단으로 올 지 모르는 채 각서를 전달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남북 정상회담 직전 남측 대표단 명단이 건네진뒤 북측의 각서가 왔던 것과 대비된다.
당국은 또 27일 오전 판문점 접촉에서 회담 개최일을 29일에서 30일로 연기하자는 북측 요청을 받은 뒤 쉬쉬하면서 냉가슴을 앓았다.
회담일정에 관한 남측 제안을 수정했던 북측이 회담 개시 이틀전 돌연 재차 연기를 요청한 모양새는 분명 남측 체면을 구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서 정부는 이날 오후 3시께 회담장인 신라호텔 정문에 회담기간을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로 명기한 북측대표단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북측 제의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이에따라 취재진이 배경 설명을 요구했고 정부는 “회담일정을 협의중”이라고 일정변경 논의 사실을 실토했다. 결국 국민과 언론은 28일 오후까지 회담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혼란을 겪었다.
두 해프닝에서 드러난 심각한 문제는 ‘남측의 체면손상’이라기 보다는 예민한 사안들을 얼버무리려는 당국의 태도다. 국민들은 회담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북측의 억지요구 등 사소한 실랑이를 너그럽게 보아줄 만큼 성숙하다.
당국이 일정변경을 요구하는 북측 입장을 밝히면서 이해를 구한다면 국민들도 수긍할 것이다. 정부가 매번 남북 협상에는 성공하지만 ‘남남대화’에는 실패하는 이유가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상식이 이번에도 거듭 확인됐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