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콕에서 있은 북미간 사상 첫 외무장관 회담은 양측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새 좌표를 설정했다는 데 일차적 의미가 있다.이번 회담은 사상 처음이라는 상징성이 우선 강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을 수행한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방콕으로 오는 도중 “이번 회담은 북미간의 첫 각료급 회담으로 역사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상징성의 강조는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구체적 현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을 기대하기가 애당초 어려웠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외교 분석가들은 “이번 회담에 찰스 카트먼 미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와 김계관 북한 외무부 부상이 동행하지 않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미회담을 조율해 온 두 사람의 불참은 ‘내용있는 합의’가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성과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K_K(김계관·카트먼)’차원에서 머물던 논의의 수준을 한차원 끌어 올려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 또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워싱턴 방문을 통한 고위급 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넓혀 놓았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회담에 앞서“미국측이 원하지만 아직 분위기가 안 됐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각료회담을 통해 물꼬를 튼 이상 고위인사의 미국 방문은 보다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대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대북 경제재제 완전 해제 제네바 합의 이행 등 현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을 취할 필요성에 공감한 점도 의미있다. 지금까지의 논의에 정치적 무게를 보탬으로써 향후 개별 또는 포괄 협상에서 타협의 여지가 그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북한의 조건부 미사일 계획 포기설”도 회담의 큰 주제였다. 하지만 백외무상이 “미사일 관련 기술개발은 평화적 이용이 목적일 뿐”이라는 선에서 답변을 회피함으로써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진위를 파악하려는 미측의 시도는 빗나갔다.
한 외교전문가는 “이번 북미 회담의 좌표는 북미가 국교를 수립하기까지의 긴여정에서 정확히 중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향후 각자가 얼마나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하느냐에 따라 관계 진전의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고 말했다.
방콕=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