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린 것을 계기로 ‘만화’를 보는 시각의 근본적인 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만화계와 만화 애호가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다른 장르에서는 일찌감치 논의가 끝난 문제를 유독 만화계에 대해서 문제삼는 것은, 이미 성인층으로 독자가 두터워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애들 놀이감’ 차원에서만 보고 있다는 증거다.”
학산문화사 박성식 팀장의 말이다. 게다가 사법기관의 이런 잣대는 만화·애니메이션에 대한 문화관광부의 지원과 육성책과도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법적 제재가 만화 산업의 경쟁력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렇잖아도 기획력과 소재의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한국 만화에 이런 판결들을 계기로 작가들의 자기 검열이 강화되면 한국 만화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게 만화계의 중론이다
만화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23일 종로에서 거리시위에 나서긴 했지만 본격적인 집단행동이나 법적 대응은 미루는 분위기다.
“솔직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숨은 작품을 드러내어 엄청난 선풍을 일으킬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한 만화인의 의견이다. 서점에서는 절판이 돼 구하기가 힘들지만 대여점에서는 순서를 기다려야 간신히 볼 정도다.
만화계가 이번 사태에 대해 비교적 담담한 것은 1997년의 ‘마녀사냥’ 분위기와는 상황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천국의 신화’ 검찰수사와 스포츠신문 연재만화에 대한 음대협 등 시민단체의 고발, 그에 따른 학부모의 견제심리와 압수·수사를 두려워한 서점의 반품사태 등으로 만화시장은 40% 가량 매출이 줄어들었다.
만화계는 법조계와 수사기관, 국민 여론이 하나가 되어 자신들을 공격했던 당시와는 달리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여론이 만화계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천국의 신화’ 유죄 판결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가끔씩 이 나라에 사는 게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이종길) “보고 안보고는 우리가 판단한다.”(루퍼) “결국 지적 성장을 멈춘 판사들 덕분에 우리의 문화수준도 60년대에서 멈추게 되는군요.”(변해룡)
만화포탈 이코믹스(www.ecomix.co.kr) 에는 연일 수백 건의 성토문이 올라오고 있다. 이번 유죄 판결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는 86%의 네티즌이 ‘반대’에 손을 들었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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