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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희비갈린 이산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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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희비갈린 이산가족들

입력
2000.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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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아, 이제서야 찾았구나"○…부모와 딸, 형제·자매 등 7명의 상봉을 신청했던 이재경(79)·민정순(73)씨 부부는 딸 경애(53)씨가 북에 생존해 있다는 소식에 자식을 잃은 50년 한을 풀었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황해 연백이 고향인 민씨는 “1·4후퇴 때 남편이 배를 구하러 나갔다가 헤어진 뒤 53년 휴전 직전에 남편을 찾기 위해 6살난 딸을 시부모님께 맡기고 월남했다”며 “남에서 남편을 찾은 뒤 두고 온 부모님과 딸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는데 이제서야 딸을 찾았다”고 기뻐했다. 민씨는 “나는 건강이 안좋아 평양에 못가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남편이 딸과 50년만에 모녀의 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라리 신청을 하지 않았더라면….”황해 안악군 출신인 류순전(柳順全·77·여·서울 강북구 수유동)씨는 상봉을 학수고대했던 여동생(71)과 남동생(63)이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온몸에 힘이 빠진다”며 통곡했다. 류씨는 “(살아만 있다면) 통일 이후 만날 수 있다는 꿈이라도 꿀텐데…”라고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님과 동생 5명 등 7명의 생존여부를 확인하려던 김확실(金確實·84·여·서울 거주)씨는 여동생(73) 1명만의 생존을 확인하고 전화인터뷰 내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평북 자성군 중강면 출신인 김씨는 “지금까지는 북에 있는 가족에게 해가 될까봐 한번도 상봉신청을 하지 않다가 올들어 처음 신청했다”면서 “그래도 여동생 한명이라도 생존해 있다니 너무 다행이고, 죽기 전에 꼭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부인, 자녀(2녀)와의 상봉을 신청한 최성록(崔成祿·79·대구 서구 비산1동)씨는 이날 TV를 통해 부인 유봉녀(75)씨와 딸 춘화(55)·영자(53)씨의 생존소식을 접한 뒤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황해 황주 출신으로 950년 12월 피란길에 가족과 헤어진 최씨는 “50년이라면 참 긴 세월이 아니냐”면서 “생사나마 알게 됐으니 한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월남 후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둔 7남매가 “꼭 신청을 해서 만나보라고 해서 신청을 했다”면서 “출생신고도 못하고 헤어진 막내딸이 어떻게 생겼는지 꼭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북측에 있는 누이와 3명의 남동생, 매형이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전화를 통해 전해 들은 윤대호(尹大虎·71·서울 관악구 봉천6동)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1947년 열여덟의 나이에 친구와 함께 공부를 하려고 무작정 당시 이남이던 개성으로 넘어온 게 가족과의 마지막이 돼버린 윤씨는 “50여년 동안 부모님 만나는 꿈을 안꾸어본 적이 없었는데 두분 모두 돌아가셨다니 장남 노릇 한번 못한 게 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그러나 “이번 이산가족 방북 신청때도 혹시 북에 있는 가족이 잘못될까 망설이기도 했다”며 “마지막날 신청했는데 이렇게 생사라도 알고 나니 막혔던 가슴이 트이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정말입니까…" 전화너머 오열·환호

○…북측의 이산가족 생사확인 명단이 발표된 27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는 하루종일 흥분된 긴장 속에 바삐 움직였다.

2층 강당에 마련된 7대의 전화는 생사를 확인하려는 이산가족들로 잠시도 쉴 틈 없이 울려댔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전화를 통해 가족의 생사를 물어오던 이산가족들은 북측이 보내온 명단에서 일부 가족의 사망과 생존 소식을 동시에 접하자 수화기 너머로 오열과 환호를 거듭하기도 했다.

전화확인 자원봉사자 김혜진(34·여)씨는 “고령으로 대부분 가족이 사망한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한두명 생존해 있는 가족의 이름을 대며 위로해 보지만 한통화 한통화가 엄청난 무게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북측이 통보해 온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이 이루어지는 순간에도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이 이산가족찾기 신청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1·4후퇴때 헤어진 부모님과 조카 등을 찾기 위해 아곳을 방문한 김복실(金福實·65·여)씨는 “지금까지 여유가 없어 신청할 틈도 가지지 못했다”며 “여지껏 포기하고 살았는데 여기저기서 하나둘씩 가족을 찾는 모습을 보고 생사나마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TV를 보다 서둘러 나왔다”고 말했다.

○…40일째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진숙(李眞淑·56·여)씨는 “그동안의 노력이 오늘 비로소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씨는 “행여 순위에서 밀릴까 애써 건강을 과시하며 ‘아직 정정하다’고 인상을 찡그리시는 노인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이곳에서 며칠만 일해보면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금방 깨닫게 된다”고 전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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