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정상화에 제2금융권과 해외금융기관이 중요변수로 등장했다. 시중은행장들이 26일 현대건설 지원계획을 발표한 것과 달리 내부 이견으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이들의 태도에 따라 현대문제 해법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27일 현대건설과 외환은행에 따르면 12월말까지 만기가 도래할 차입금은 총 2조1,814억원으로 이중 제2금융권(6,551억원)과 해외금융기관(4억9,100만달러·약 5,474억원)차입금이 전체의 55%인 1조2,025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연내 만기도래 차입금 중 8,672억원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들이 재연장을 선언, 일단 고비를 넘겼지만 제2금융권의 경우 아직도 ‘무조건 상환’을 주장하는 기관이 많아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제2금융권 차입금은 어음 1,000억원 회사채 2,868억원 보험사 대출금 2,883억원 등이다. 28일 대출금 200억원의 만기를 맞는 대한생명측은 “아직 대출금 재연장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투신권도 현대건설의 차입금 만기 연장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투신만이 현대 지원을 결정한 상태다. A투신사 채권운용팀장은 “펀드에 들어있는 채권을 고객들이 확인할 수 있고 자칫 거센 항의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지원문제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채권금융기관들은 불안한 눈으로 현대건설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외환은행측은 해외 은행차입금 1억8,400만달러, FRN(변동금리부채권) BW(신주인수권부사채) 8,300만달러, 무역금융 2억2,400만달러등 총 4억9,100만달러의 해외 금융기관 차입금 가운데 50% 가량은 만기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우사태 때 해외금융기관들이 단호하게 차입금을 회수한 사례 등을 볼 때 낙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열쇠는 현대가 쥐고 있다”며 “현대가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시장불신을 잠재울 만한 고강도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유동성문제가 해소될 수도,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빛은행 고위관계자는 “은행들도 현대 지원은 선언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차입금 항목별 지원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상태”라며 “현대가 2세 오너간 분쟁을 계속하며 이렇다할 대책도 내놓지 않을 경우 제2금융권이나 해외금융기관은 물론 은행들도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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