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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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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스톰

입력
2000.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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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들이 쳐들어 와도, 엄청난 괴물이나 폭풍, 용암이 공격해도 걱정 없다.전투기를 타고 분연히 전투에 나서는 대통령(‘인디펜던스 데이’), 강아지 한 마리도 눈물겹게 구해내는(‘단테스 피크”) 휴머니즘의 전사들이 있기 때문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재난을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진짜 재난처럼 보이게 만든 영화이다.

할리우드 계보로 따져 본다면 분명 이단적이다.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부은 기가 막히는 폭풍우, 그러나 영웅은 없다.

엄청난 폭풍우(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다는 뜻에서 ‘퍼펙트’란 단어가 수식으로 사용됐다)는 이전 어떤 영화에서보다 사실적이고 위압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오락게임처럼 보이는 ‘스타 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의 특수효과팀인 ILM이 맡은 인공 자연은 좀처럼 사실감을 내기 어려운 하늘과 물의 변란을 기가 막히게 재현해 냈다.

여기에 때맞춰 텍사스주에 몰아친 시속 155마일의 허리케인. 사람과 자연이 공동제작한 폭풍우는 압권이다. 찢어지는 비명이나 아기 울음처럼 들리는 거센 폭풍은 가장 인상적인 주인공이다.

‘퍼펙트 스톰’은 1991년 10월 대서양에 몰아 닥친 사상 최대의 폭풍과 그 속에 갇혔던 사람들의 실화에 바탕을 둔 세바스찬 융거의 소설을 ‘유보트’ ‘아웃 브레이크’를 만들었던 볼프강 피터센이 영화화했다.

350만 권이 팔려 나간 원작의 암울한 분위기를 뒤집기란 처음부터 어려웠다.

남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더 멀리 항해를 나간 빌리 타인(조지 클루니) 선장. 선원들에겐 모두 절박한 무엇인가가 하나씩 있다.

애인 크리스(아이안 레인)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배를 탄 바비 새포드(마크 월버그), 소중한 아들을 둔 머피(존 라일리) 등 모두들 목돈을 한 번 쥐어야 할 처지들이다. 안드레아호는 풍부한 어장이지만 그만큼 위험한 플레미시캡으로 돌진해 간다.

자연과의 투쟁에 영웅은 없다. 책임을 완수하면서 결국 그들 자신도 일부 희생당하고 마는 항공정찰대 구조팀, 유유자적하게 바다에 나갔다가 호되게 고생을 하는 사토리호, 육지에서 그들 때문에 애를 태우는 가족들. 그러나 이 위기에 인간은 굴복하는 존재일 뿐이다.

인간은 자연을 해치고, 결국 자연은 인간을 응징한다는 극단주의적이고도 암울한 생태주의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전반부 비극적 운명을 강조하기 위한 가족들과의 절절한 사연을 강조하려 했으나 지루하기 짝이 없고, 마초처럼 보이는 조지 클루니도 별로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영화 중반 이후 재앙으로 다가오는 폭풍우는 자연과 인간의 근원적 관계를 생각케 할 만큼 오싹하다.

만화 같은 영웅은 없지만 매우 독특한 정서의 여름 재난 영화. 이것은 흥행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까. 오락성★★★☆, 작품성★★★☆. 29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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