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 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6월 13일과 15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있었던 남북정상의 만남과 이별의 장면 말이다. 만날 때의 악수와 헤어질 때의 그 뜨거운 포옹은 우리가 결코 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50년간의 분단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의 만남으로 모든 이질감과 소원함을 다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은 성급한 예감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역사적인 대업을 이루고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국민의 환호와 존경의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의사들의 집단폐업을 시작으로 각 산업분야와 공공기관에서 조차 자신들의 이해관철을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그중 특히 의약분업을 놓고 벌이는 정부와 의사 그리고 약사간의 한치 양보없는 갈등과 반목은 이미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게다가 엊그제 극적으로 타협을 본 금융노련의 파업투쟁은 그야말로 국민들의 간담을 서늘케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따라서 각각의 주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또한 정부의 정책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판단이 잘 안된다. 다만 한가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앞에서 언급했던 극적 화해의 의미와 감격에 대한 느낌뿐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그 사회구성원들간의 이해는 점점 더 복잡하게 얽히기 마련이라는 걸 교과서에서 배웠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분단상황에 놓여왔던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분단문제였다. 그런데 얼마전 우리는 분단후 최초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그것은 가만히 앉아서 얻은 게 아니다. 분명 많은 인내와 노력이 전제됐을 듯 하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지금은 이산가족의 상봉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마당에 도대체 해결 못할 일이 무엇인가.
정부는 국내문제를 바라볼 때도 남북회담의 정신, 즉 인내와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또한 각각의 사회집단 및 이해 당사자들은 국가의 현실과 역사의 흐름을 깊게 인식하여 모든 문제를 인내와 지혜로 풀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지언 상일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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