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세대, 음반시장 외면한다“음악듣는 거 말고도 할 게 너무 많아요”대학생 김경화(21)씨의 용돈 40만원 중 ‘문화비’는 20여만 원,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휴대폰 사용료 7만~8만원. 거기에 PC통신비 2만~3만원, 옷값이나 데이트비용 등을 빼면 CD나 테이프를 살 여력은 거의 없다.
“음반은 무슨… 컴퓨터 쓰면서 엠피(MP3) 들으면 되죠.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면 차라리 콘서트를 가지.” 대학 2학년인 윤희영(20)씨의 컴퓨터에는 MP3 화일이 수십 곡 들어가 있다.
윤군이 동아리방처럼 자주 드나드는 라이코스클럽의 게시판은 신곡 파일과 MP3 사이트 목록이 빼곡히 들어찬, ‘공짜 음반가게’다. 친구들이 올려놓은 목록에는 ‘괜히 소문내지 말 것. 그러면 곧 적발당해 없어짐’이라는 ‘경고 문구’도 붙어 있다.
사실 윤씨는 컴퓨터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각종 과제물과 동아리 활동을 위해 컴퓨터 앞에 보통 3~4시간을 붙어 있다 보니, 이전처럼 ‘카세트 테이프 들으며 책읽는’대신 ‘PC통신하며 MP3 듣는’ 생활패턴으로 바뀌어 버렸다.
유례없는 침체, 활로는 있을까
1998년 4,000억, 99년 3,000억, 그리고 올 상반기 1,700억 원. 한국음반협회가 집계한 음반 판매량이다.
지난해부터 경기가 활성화했음에도 올 음반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약간의 호조세만 보일 뿐 하락 추세를 극적으로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일선에서는 더욱 큰 폭으로 불경기를 체감한다.
“요즘은 한달에 CD 한두 장 사는 사람은 대단한 마니아층에 속할 정도다. 체감 판매량은 과거 절반 수준이다.”(음반기획자 김모씨) “요즘은 50만 장 팔렸다면 거의 이전의 밀리언셀러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방송 출연이 활발한 백지영, 김현정, 컨츄리꼬꼬 등도 15만~20만 장 정도다.”(KBS ‘뮤직뱅크’이훈희 PD)
예전 같으면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쓰는 방법이 ‘길보드’로 상징되는 불법 음반의 단속이다.
그러나 그에 준해 실시하는 MP3 단속은 사실 ‘언 발에 오줌누기’다. 현재 한국음반협회가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970여 개에 이르는 무료 사이트, 그리고 미국의 넵스터(www.nepster.com)로 상징되는 인터넷 음악 공유 공간(개별 다운로드가 아니라 사용자간 실시간 검색·다운 받는 방식) 앞에서는 거의 속수무책이다.
어차피 이 싸움은 카피라이트(Copyright·저작권)와 카피레프트(Copyleft·정보 공유)진영의 장기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는 작년말부터 컨소시움 형태로 유료 MP3 사이트를 잇달아 개설하는 등 양성화 노력을 했으나 가격마찰, 보유 음반량의 한계, 냅스터류의 MP3 창궐로 인해 판매량 증가로 연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부가가치형 음반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CD에 가수 홈페이지, 뮤직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부가한 CD_I의 발매 외에 BMG와 유니텔, 포니캐년과 넷츠고, 야후와 EMI가 제휴하여 컴필레이션(편집)음반을 내고 해당 통신회사의 무료이용권을 끼워 파는 등 나름대로 ‘멀티미디어 마케팅’을 펴고 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해답은 따로 있다. “대중음악이 중·장년층까지 고르게 배려했으면 이런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한국음반협회 이창주씨) “잘 나가는 댄스곡 한두 개 듣기 위해 비싼 돈 주고 음반 살 생각은 절대 없다.”(대학생 송경아씨) 가요계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는 한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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