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휩쓴 정권교체의 바람이 30일 베네수엘라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부패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의 표심은 그러나 현체제의 유지쪽으로 쏠리고 있다.
좌익 민족주의자인 우고 차베스 프리아스(45) 대통령이 국민의 70%를 차지하는 빈곤층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선거운동을 마친 26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야당연합의 프란시스코 아리아스 카르데나스(50) 후보를 15~20%포인트 가량 앞서 이변이 없는 한 승리가 확실시 되고 있다.
'콘술토레스21’의 25일 여론조사에서도 차베스는 54%의 지지율로 33%에 그친 아리아스를 크게 앞섰다.
임기 6년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지난해 12월 국민투표에서 통과된 개혁헌법에 따른 것으로 총선과 지방선거도 동시에 실시된다.
1998년 '정치·사회혁명’을 기치로 대통령에 당선된 차베스는 개혁 가속화를 명분으로 기존 의회의 활동 중단과 양원제 폐지, 대통령 임기연장 및 연임, 부정축재자 재산몰수와 민영기업 재국유화 등을 골자로 한 '개혁헌법’을 제정했다.
선거의 쟁점 역시 '급진 개혁과 안정론’으로 압축된다.
차베스는 정치적 성향에 맞게 빈곤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부패척결을 통한 급진 개혁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아리아스는 온건개혁론자로서 중산층과 부유층 등 보수 우익세력을 대변, 자유시장 정책으로 맞서고 있다.
차베스와 육사 동기인 아리아스는 1992년 당시 안드레스 페레스 정권의 부정부패에 반기를 들고 쿠데타를 기도했다가 실패, 함께 복역하기도 했지만 급진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차베스에게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헌법개정 직후인 지난해 12월 2만5,0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사상 최악의 수재와 복구 과정에서의 지나친 군의 개입, 가톨릭과의 마찰 등으로 인기가 상당히 하락했었다.
게다가 그의 개혁정책이 재분배가 미흡하고 부패척결도 구 질서를 대충 손질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비판을 서민들로부터 받기도 했다.
아리아스는 차베스의 이런 약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지만, 빈곤층을 파고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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