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만 되면 현대 문제로 나라경제가 몸살을 앓는다. 3월말부터 한번도 거르지 않고 한달에 한번씩, 벌써 다섯번째다. 그래서 금융시장엔 월말만 되면 현대사태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금리가 들먹대며 기업자금조달이 극도로 경색된다는 ‘월말 현대괴담’이란 말까지 생겨났다.괴담의 제1탄은 3월말 1차 왕자의 난. 정몽구(鄭夢九·MK)·몽헌(夢憲·MH) 두 형제의 금융계열사 장악을 위한 인사파동으로 시작돼 정주영(鄭周永) 전명예회장의 친필사인 공방까지 빚었던 이 파동은 황제·족벌경영의 적폐를 노출시키면서 현대그룹의 대외신뢰도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
2탄은 4월말 현대투신 사태. 투신구조조정의 지연 속에 현대투신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대주주인 현대전자를 비롯, 그룹 전체의 위기설로 번져나갔다. 결국 현대는 MH의 사재출연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3탄은 5월말의 유동성 위기. 현대건설의 단기유동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제2의 대우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채권단의 자금수혈로 위기를 모면하려던 현대는 근본적 경영구조개혁을 요구한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다 형식적이나마 ‘3부자 완전 퇴진’이라는 카드를 던져야 했다.
4탄은 6월말 ‘역(逆)계열분리’ 파동. 현대자동차 계열분리 시한을 앞두고 현대는 법적 계열분리요건인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축소(9.1%→3%)를 피해가기 위해 자동차에서 그룹을 떼어내는 변칙안을 제출, 또한번 빈축을 샀다.
8개 현대계열사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촉발, 현대건설 워크아웃 논란으로 이어진 현 국면은 5탄에 해당한다. 여기에 MJ(정몽준·鄭夢準)의 현대중공업과 MH의 현대전자·증권간 송사까지 겹쳐 ‘현대 삼국지’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5개월째 진행중인 괴담시리즈의 공통점은 시장 요구를 외면한 데서 발생했고, 사태전개가 경영권 분쟁 차원에서 그룹 전체의 위기문제로 갈수록 파장이 커진다는 것. 한 정부관계자는 “더이상 월말괴담 운운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현대 스스로 확실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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