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대외관계에서 탈고립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상호의존의 시대에 고립은 자신과 주변에 해로운 것이므로 북한의 탈고립주의는 남·북한에 모두 이득이 되는 환영할 일이다.세계 각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조심스러운 개방적 태도변화의 시작이 한반도를 포함하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더욱 확고히 정착시키는 데 있어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그 변화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배경하에서 북한은 27일 방콕에서 개최되는 제7차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외무장관회의에서부터 정회원국으로 참가하게 되어, 1994년에 출범한 ARF의 23번째 회원국이 된다.
ARF는 냉전 종식이후 ASEAN 국가들과 한국.미.일.중.러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국가들이 정치·안보문제에 관한 대화를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하고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성된 아·태 지역내 유일한 정부간 다자 안보협의체이다.
북한은 금년들어 이태리, 호주, 필리핀 등 서방국가와 수교를 추진하면서 ARF에 가입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수시로 표명하였다. 우리는 대북포용정책의 기조하에서 북한의 대외관계 확대를 위한 외교환경을 조성하고 북한의 국제사회 참여를 지지해 왔으며, 북한의 ARF 가입을 적극 지원하여 왔다.
ARF는 출범이래 아 ·태지역의 안보문제 해결을 위해 신뢰구축조치(CBM) 단계, 예방외교단계, 분쟁해결의 3단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번에 북한의 가입은 여타 회원국과의 신뢰구축 등 안보분야 협력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며, 북한이 고립을 탈피하고 국제사회에의 참여를 높이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북한이 ARF 회의에 참석해 주요 안보문제에 대해 역내 국가들과 대화와 협력을 해 나가게 되면 동북아 및 아·태지역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반도에서 냉전상태를 해소하고 남북한 평화공존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도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ARF 회의는 정례적인 다자간 안보문제 협의 모임인 동시에 23개 회원국간에 양자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역내 국가들간 다양한 형태의 협력적 관계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그 예로 북한은 이번 ARF회의 기간중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태국 등과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하여 양국간 문제도 논의하고 있다.
특히 남북 외무장관은 사상 처음으로 공식회담을 갖고 남북 정상회담이후 대외관계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앞으로 ARF나 UN등 각종 정례적인 국제회의에서 남북한 대표간의 자연스러운 접촉은 남북관계 개선과 협력증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제 ARF와 같은 지역 안보협의체에서 북한은 다른 회원국들과의 신뢰구축을 통해 공동의 안보규범에 대한 인식과 협력을 높일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참여도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앞으로 북한의 경제재건에 꼭 필요한 국제 금융기구에의 참여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ARF가 창설된 이래 그동안 동 포럼의 발전을 위해 여러 관련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으며, 금년 11월초에는 서울에서 ARF의 신뢰구축에 관한 회의를 주최할 계획이다.
이 회의에는 23개 회원국으로부터 약 150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하여 지역 안보현안에 대한 의견교환과 신뢰구축, 예방외교 및 초국가 범죄등 제반 분야에서의 안보협력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신규 회원국인 북한이 이 회의에 참석하여 역내 긴장완화와 지역 안보문제 논의에 적극 참여한다면 남북한 신뢰구축 과정이 국제포럼을 통해서도 시동이 되는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호진 외교통상부 정책기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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