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새들의 있고 없음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병들었다고 가정해 보자.새는 날갯죽지가 썩어가고 식물은 하나 둘 말라가고 모든 물고기는 한꺼번에 물위로 허옇게 떠올랐다고 가정하자. 이 지구상에 오직 유일하게 인간만이 남게 됐을 때 인간은 과연 며칠이나 견딜 수 있겠는가.”
저자는 이러한 절박한 심정으로 전국 산하를 찾아다녔다. 때문에 동강에 유람선 띄우고, 서바이벌 게임도 하고, 눈썰매도 즐기는, 그런 ‘관광’이 아니다.
자연의 중요성과 신비함, 아름다움, 오묘함을 느끼기 위한, 어쩌면 처절하기만 한 ‘기행’이다. 1994년 환경단체인 두레생태기행을 만든 저자 김재일(54)씨는 그래서 단단하게 마음먹고 오늘도 우리 산과 강과 바다를 찾아나선다.
저자의 눈에 비친 우리의 자연은 아름답고 동시에 위태롭다. 철쭉이 필 즈음의 강원 내린천. 춘정(春情)을 어찌할 줄 모르는 냉수성 물고기 열목어가 우선 아름답다.
눈이 크고 붉다 해서 ‘열목어(熱目魚)’인 물고기. 하지만 이 물고기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안타깝다. 비단 사람들의 남획 때문만은 아니다. 건강한 숲이 자꾸만 사라지고, 수온이 높아지고, 수질이 오염되는 그 자연의 경고가 무섭다.
강원 영월의 동강은 또 어떤가? 수미, 두룬이, 가수리, 예미, 섭새 등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마을들이 얼마나 많이 강가에 흩어져 있는지. 하지만 아무 데나 보트를 정박시켜 놓고 사람을 물에 빠뜨리고 소리를 질러대는 래프팅때문에 청솔모와 토끼가 물을 먹고 싶어도 물가에 내려오지 못하는 사실이 서럽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들이 소금을 뿌린 듯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인 강원 봉평도 마찬가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이 곳의 메밀꽃은 참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맨다.
안개꽃처럼 홀로는 아름답지 않지만 서로 어우러지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는 메밀꽃. 하지만 이효속의 생가 문 앞까지 관광버스가 밀고 들어가고, 마당 한켠의 아담했던 화단은 비치 파라솔로 바뀌었다. 누굴 탓하랴?
이렇게 때로는 감탄하며, 때로는 가슴 졸이며 돌아다닌 곳이 모두 50곳. 발 닿은 곳, 숨 죽인 곳이 오죽 많았으면 중부권, 남부권으로 나눠 2권의 책으로 만들었을까? 야생화가 융단길을 터놓은 오대산이며, 가을이면 들국화빛으로 물드는 주천강이며, 육자배기 가락에 묻힌 선운사며…. 그럼에도 저자는 여전히 씁쓸하고 두렵다.
자연생태에 대한 우리들의 감수성은 점점 무뎌져만 가고, 오늘도 우리의 족제비는 어느 아스팔트 길 위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깔려 죽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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