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적단체 시비가 끊이질 않았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이번 8·15 광복절을 전후해서는 정부와 마찰을 빚는 일체의 행사를 않기로 선언했다. 전술적 변화인지, 아니면 전략적 후퇴인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격세지감의 변화다.한총련은 해마다 이맘 때면 불법으로 북한에 대표를 밀입국시키거나, 남북 공동행사를 구실로 판문점 진입을 시도해 공권력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한총련은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8·15엔 정부와의 충돌 대신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통일대축전’을 갖겠다고 밝혔다.
한총련은 특히 “폭넓은 연대를 위해 여야정당과 시민단체, 민화협 등에 초청장을 보낼 것”이라며 “뜻이 맞는다면 보수우익 단체인 자유총연맹과도 연대, 8·15행사를 치르겠다”고 했다.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하기야 전대협(한총련의 전신)의장을 지낸 사람이 여당소속 국회의원이 됐을 정도니까.
■무엇이 한총련으로 하여금 이렇게 변화하도록 유인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6·15선언의 결과임이 틀림없을 듯 싶다.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반세기 분단의 장벽을 헐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기로 한 다짐이 이런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한총련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이번 8·15야말로 화염병과 최루탄 대신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가 나란히 손 맞잡고 통일의 노래를 합창할 수 있으리란 기대도 생긴다.
■학생운동은 동기의 순수성 못지않게 지향점 역시 건전해야 한다. 신선한 눈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한총련이 더이상 용도폐기된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포로가 돼서는 안될 일이다.
통일운동을 보는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우리 사회 일각에서 있었던 한총련의 ‘대북 경사(傾斜)’의혹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한총련의 거듭남을 기대해 본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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