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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예루살렘 난제' 끝내 못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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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예루살렘 난제' 끝내 못풀어

입력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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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같은 희망속에 이어진 중동평화협상이 25일 끝내 결렬로 마감됐다.임기내 '중동평화 달성’이라는 역사적 치적에 집착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개최된 이번 협상은 이미 시작 전부터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993년 이후 7년간 이어진 협상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의 지위, 난민, 유대인 정착촌, 국경문제 등의 핵심쟁점 중 어느 하나도 서로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공전돼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협상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최근 국내 정치적 기반의 약화로 운신의 폭이 제한된 상태.

따라서 양 정상은 상호 적대적인 국내여론에 따라 원칙만 되풀이 할 뿐 제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결렬 배경 이번 협상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던 동예루살렘 문제가 결국 결정적 결렬의 원인이 됐다.

이에따라 결코 주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스라엘측 입장과 동예루살렘에 대한 주권만은 되찾아야겠다는 팔레스타인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바라크 총리가 협상 막바지 미국의 중재안을 수용하며 이슬람 3대 성지중 하나인 동예루살렘 알 아크사 모스크의 주권을 인정하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라파트는 이슬람 성지인 템플 마운트를 비롯한 구시가지에 대한 주권을 끝까지 고수함으로써 협상결렬로 막을 내렸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례없는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라파트가 이를 거부한 것은 역시 종교적 이유로 지적된다.

성스러운 종교적 문제를 속세적 타협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아랍권의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전망 일단 협상결렬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게 모두의 과제다. 이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협상이 결렬된 직후 즉시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26일로 예정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의 팔레스타인인들의 총파업을 시작으로 각종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9월 13일로 예정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선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양측의 충돌은 이스라엘과 아랍권과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 국방부 역시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팔레스타인과의 충돌에 대비, 군사 및 민간차원의 조치를 위한 특별본부를 구성해 놓은 상태다.

바라크와 아라파트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9월 13일 이전까지 대화를 통한 사태의 해결을 모색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추가협상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세 정상이 보름씩이나 대화를 가졌음에도 해결되지 못한 쟁점들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3인의 평가 협상결렬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아라파트는 실리를 포기했지만, 대신 '명분과 자존심’을 지킴으로써 일단 범아랍권의 지지를 확보했다.

팔레스타인 관리들도 협상을 마치고 가자지구로 돌아오는 아라파트에게 대대적인 환영이 준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독립국가 선언을 앞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고민이다.

반면 실각위기에 몰려있는 바라크는 더욱 곤경에 처했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동예루살렘에 대한 양보의사까지 내비쳤으나 이마저 거부당해 궁색한 입장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2일 실시되는 의회해산과 조기총선 표결에서 패할 경우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 조차 불투명하다.

클린턴 역시 시기상조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협상이 파국으로 끝남에 따라 '재임기간 중 역사적 치적’에만 집착,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게됐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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