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어린이 책/ 어린이 눈에 맞춘 갯벌 이야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어린이 책/ 어린이 눈에 맞춘 갯벌 이야기

입력
2000.07.27 00:00
0 0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솔섬을 지나 용바위로 갔다.용바위 아래는 갯골이 깊어 다른 곳보다 바닷물이 빨리 들고 망둥이가 잘 잡히는 곳. 운 좋은 날은 놀래미나 우럭이 걸리기도 했다.

지호가 가장 먼저 바늘에 갯지렁이를 달아 갯골에 던졌다. 드디어 시작된 입질. ‘코 훌쩍이’ 정만이의 낚싯대였다.

“잡았다! 으히히히히!” 뭔가 묵직한 게 걸려 나왔다. 아니나다를까 통통한 망둥이. 솔섬이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해 입질이 뜸해질 때까지 아이들과 선생님은 낚시를 했다.

선생님은 망둥이 매운탕을 맛있게 끓여 놓을 테니 선생님 집에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하고, 아이들은 “네에!” 크게 소리치며 펄쩍펄쩍 뛰었다.

아름답기만 한 갯벌 이야기다.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만든 갯벌을 배경으로, 포구리 아이들의 일상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했다.

이장집에 걸린 망둥이 훔치기, 갯벌에서 갯지렁이 잡기, 돌판 위에다 조개와 갯가재 구어먹기…. 삽화에 나오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에는 정겨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풍경은 금세 우울해진다. 민기의 아버지는 잠수병에 시달려 귀에서 고름이 나오고, 지호의 어머니는 딴 아저씨랑 눈이 맞아 서울로 도망갔다.

무엇보다 갯벌이 메워진다는 소식에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표정이 밝지 못하다. 그 잘 잡히던 꽃게랑 주꾸미. 사람들이 하나 둘 고향을 떠나는 바람에 포구리분교도 내년 봄이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러다 민기의 아버지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다. 민기 엄마 고생 안 시키기 위해서란다.

민기네는 결국 서울 외삼촌 댁으로 이사를 간다. 지호와 정아는 아무말도 못한 채 눈물만 떨구고, 정만이는 품안에 감춰 뒀던 말린 망둥이 한 두름을 꺼내 민기에게 전한다.

다음날 선착장에 차려진 제사상. 무당인 순영이 엄마가 흥얼흥얼 제문을 읊는다. “부디부디 비옵나니 신령님네 용왕님네 영험하신 능력으로 갯벌 메우고 바다 업신여기는 어리석은 사람들 멀리멀리 내쫓고 바다 살고 고기 살고 갯벌 살고 조개 살고 사람 살고 모두 사는 좋은 세상 활짝 열어 주옵소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느 갯벌이라도 가자. 정만이가 망둥이를 잡던 용바위도 찾아보고, 아이들이 구워먹었던 꽃게랑 주꾸미도 잡아보자.

무엇보다 포구리 사람들이 왜 그 진흙이 덕지덕지 묻는 갯벌에 애착을 가졌는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해주자.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