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JP 회동→한나라당·자민련 밀약설→ 국회운영위 국회법개정안 날치기 처리→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 불발 및 파행속 임시국회 폐회. 반전을 거듭한 이같은 일련의 상황 흐름 속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미스터리들이 숨어 있었다.그러나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로부터 26일‘자민련 교섭단체 구성 협상 용의’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미스터리의 상당부분이 베일을 벗고 있다.
밀약설의 진상 “날치기를 사과하면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에 협조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 정총무의 발언으로 ‘밀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한나라당과 자민련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는 여당안대로 ‘교섭단체 10석’이 관철될 경우 야당 내부 분열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만큼 협상을 통해 완화폭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강력한 기류가 한나라당내에 흐르고 있었던 것과 맞물려 있다.
이런 기류가 이회창 총재와 JP와 골프장 회동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자민련측에 전달됐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또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저지하는 데 앞장섰던 이총재가 교섭단체구성문제에 대한 융통성을 전제하지 않고 JP에게 만나자고 먼저 제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같은 기류가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 등의 ‘플레이’로 증폭되면서 밀약설로 발전했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있다. 다만 한_자간 ‘15석’이라는 구체적 숫자 형태의 ‘이면 합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마무리못할 날치기 왜 감행했나 한_자 사전 교감을 전제로 보면 민주당이 왜 본회의에서 마무리도 못할 ‘날치기’를 감행했는 지가 의문이다.
그 이유는 상당히 복합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한때 민주당 정균환 총무가 한_자 교감의 수위를 ‘과대 평가’하고 한나라당의 반발 강도를 ‘과소 평가’한 판단착오가 아니었나 하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는 민주당이 말보다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줄타기 하는 자민련을 확실히 잡아당길 필요가 있었다는 해석에 더 무게가 실린다.
또 한나라당 일부의 주장대로 민주당은 이왕 날치기에 대한 비난을 감수하는 마당에 ‘교섭단체 10석’을 관철시킴으로써 한나라당의 아킬레스건을 움켜쥐고 싶은 유혹이 있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운영위를 통과시켜 놓으면 한나라당측에서 놀라 협상으로 나오게 될 것이란 기대도 작용했음직하다. 결론적으론 이같은 이유들이 어느 한가지가 아니고 중첩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란 얘기다.
자민련 김종호국회부의장 왜 집에 들어갔나 지엽적인 문제같지만 한_자 사전교감,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처리불발 등을 설명하는 데 중요하다.
이만섭 국회의장의 본회의 사회권을 넘겨 받아야 할 김부의장이 봉쇄될 것이 뻔한 집에 들어가 만난 사람이 한나라당의 대표적 협상론자인 박희태 부총재라는 사실에서 의문이 풀린다.
이를 사전 교감설과 연결시키면 김부의장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쪽을 다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처음부터 ‘본회의 불발’을 작심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운영위 날치기후 한나라당이 막후 협상창구로 김부의장이라는 ‘약한 고리’를 택한 것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이 있다.
한편 한나라당 정총무가 냉각국면에 돌연 협상 가능성을 흘린 것도 의문인데 여기에는 물밑대화의 신뢰성에 대한 민주당측의 강력한 항의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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