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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대도 나라도 살리는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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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대도 나라도 살리는 길은?

입력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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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은 정녕 끝장을 보려 하는가. 대우꼴이 나지 않기를 바라서 인내심을 갖고 지켜 보지만 좀처럼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 경제에 여러 악재를 쏟아붓고도 부족해 또다시 오너 형제들 사이의 싸움이라니, 이런 막무가내가 있을 수 없다. 이러다간 현대그룹 하나로 나라 전체가 흔들리는 큰 불상사가 걱정된다.몽구-몽헌씨의 다툼이 다소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또다른 형제 몽준씨와 몽헌씨 싸움이다. 재벌사에 전례없는 계열사간 송사(訟事)까지 벌어질 모양이다. 해외 차입금 반환 책임을 둘러싸고 몽준씨의 현대중공업측이 몽헌씨의 현대전자측을 법정에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해외 전주와의 3각 계약관계가 복잡해 이번 분쟁의 진상이 아직 정확지 않으나 최근 ‘현대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오너 형제들 사이의 경영권 쟁탈 다툼이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 경쟁사도 아니고 같은 그룹내 계열사간 법정 분규가 벌어진다면 그건 이미 법의 문제가 아니다. 씻을 수 없는 감정의 골을 말해주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우리가 이번 분쟁을 더욱 심각하게 보는 것은,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 타개책으로 추진해온 계열지분정리가 되레 형제간 갈등구조를 악화시켰다는 점에서다. 제3차 왕자의 난이라고 할 이번 분쟁도 지분정리과정에서 몽헌씨측이 당초 몽준씨 몫으로 간주됐던 현대중공업의 최대지분을 장악한데서 첫 불씨가 던져졌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분란은 겨우 초입단계일지 모른다. 아찔한 일이다. 현대자동차를 둘러싼 정주영-몽구-몽헌씨의 지분정리가 여전히 미결로 남아있어 재연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제 몽준씨까지 가세했으니 부자·형제간에 물고 물리는 내분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혈육간 쟁투가 결국 그들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소탐대실의 결과는 이미 시장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재무상태의 부실여부와 관계없이, 일부 계열사들은 내외 시장의 불신으로 유동성 위기가 급박한 지경이다. 정부당국이 연일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켜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않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금융파업 때 우리는 시장의 가공할 힘을 목격한 바 있다. 시장이 현대에 어떤 보복을 가할지 알 수 없다. 구조조정의 파고로 가뜩이나 금융시장이 불안한 마당에 대그룹 현대가 겪을지도 모르는 파국은 곧바로 우리 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진정으로 두려워 할 부분이다. 정주영씨만이 이 사태를 풀어나갈 수 있다. 대내외에 천명했던 약속을 명실상부하게 이행하는 것만이 현대도 살고 나라도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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