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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꿈꾸는 오키나와(下)교역과 미래산업의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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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꿈꾸는 오키나와(下)교역과 미래산업의 거점

입력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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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유구왕국이 동아시아의 해상 교역 거점으로 번성했던 1458년 슈리조(首里城) 정전(正殿)에 이런 글이 새겨진 종이 내 걸렸다.'유구국은 남해의 승지에 위치해 삼한(三韓·한반도)의 지혜를 본받고 대명(大明·중국)과 일역(日域·일본)을 보거·순치(輔車·脣齒_ 불가분의 관계)로 삼아…만국의 진량(津梁·가교)으로서 이산지보(異産至寶·이국의 산물과 보물)가 나라에 넘친다.’

'만국진량의 종’으로 불린 이 종은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장이었던 반코쿠신료칸(萬國津梁館)에 그 이름을 남겼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오키나와가 꿈꾸고 있는 미래상도 바로 만국의 가교, 즉 동아시아·태평양의 경제·기술 교류의 거점이다.

1997년에 매듭된 '국제도시 구상’은 오키나와를 싱가포르·홍콩과 견줄 만한 물류와 가공·중계무역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욕으로 가득차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오키나와 본섬 남동부의 나카쿠스쿠(中城)만의 해안공단에 '특별 자유무역지역’을, 최대 도시인 나하시 해안지역에 '자유무역지역 나하지구’를 설치했다.

입주 기업은 처음 10년간 다른 지역의 절반 정도의 법인세를 내고 관세는 원료과세나 제품과세 중 선택할 수 있다.

오키나와 출신의 젊은이(30세 이하)를 고용할 경우 3년간 급여 2분의 1과 총투자액의 14%를 보조하며, 연2%의 금리로 설비투자액의 70%를 융자해 준다.

오키나와현은 아예 2001년께 오키나와 전역을 자유무역지대로 삼는 방안을 중앙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오키나와의 꿈은 무공해 미래 산업에 대한 집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나하시에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밸리’가 조성되고 있다.

G8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키나와 본섬 전역에 깔린 고속통신망과 통신료의 80%를 중앙·지방정부가 보조한 지원책은 미군 기지의 섬에서 '멀티미디어 섬’으로 탈바꿈하려는 오끼나와의 꿈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미 오키나와 콜센터 등 PC이용자에 상품·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콜센터 9개소가 들어 섰다. 6개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와 7개 컨텐츠제공회사가 지난해말부터 영업 중이다.

진출을 표명한 인터넷관련 기업은 28개사에 이른다. IT를 활용한 국제금융센터로의 도약을 위해 나하 금융특구 조성도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고, 지난해부터 모델인 아일랜드 방문 연구도 줄을 잇는다.

오키나와의 미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유용미생물(EM) 기술이다. 오키나와는 EM 기술의 발상지이다.

류큐(琉球)대학 농학부 히가 테루오(比賀照夫)교수는 2,000종의 미생물을 14년동안 연구한 결과 1982년 토양개량 미생물의 실용화에 성공했다.

처음 농약을 쓰지 않는 무공해 농업과 토양 산성화 방지를 위해 개발된 EM 기술은 이제 쓰레기 처리나 소각장의 다이옥신 분해 등에 활용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오키나와의 7개 연구기관이 EM 기술에 매달려 있고 EM 기술을 활용한 각종 농산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잔디 관리에 EM 기술을 활용한 무농약 골프장이 성업중이고 한 중소기업이 EM 기술로 개발한 청량음료가 연 30억엔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장래가 밝다.

세계 최고의 장수마을인 오키나와 본섬 북부의 오기미(大宜味)에 국제장수촌을 만들어 세계의 고령자를 불러 모으는 등 자연 환경을 산업으로 이어가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지리·자연 조건으로 보아 오키나와의 꿈은 실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걸림돌도 있다.

'기지없는 오키나와’의 미래를 겨냥한 이런 모든 구상은 세제 혜택 등 '기지있는 오키나와’를 배려한 정부 지원 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의 앞길에는 이런 모순이 언젠가는 표면화할 날이 기다리고 있다.

/나하(오키나와)=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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