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신궁’ 김수녕(28·예천군청)은 요즘 여유만만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은퇴한 뒤 8년만에 다시 태릉선수촌에 들어왔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고교와 대학시절 대부분을 보낸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오전, 오후로 나뉘어 실시되는 훈련과정이 예전만큼 수월치는 않다. 그렇지만 후배들에게 절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88년 서울올림픽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낸데 이어 바르셀로나올림픽 단체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양궁선수로서 누릴 영광은 다 누린 김수녕. 8년의 긴 공백을 뛰어넘어 ‘신궁’이 컴백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대다수 양궁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세계에서 제일 활을 잘쏘았던 명궁이었다고 해도 8년 세월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회의가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수녕은 주위의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6월에 끝난 대표선발전에서 당당히 국가대표로 뽑혀 역시 ‘신궁’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대표팀에 발탁된 후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던 그의 목표는 9월15일부터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다. 청주여고 2학년이던 88년 서울올림픽에서 단체전과 개인전을 독식했던 그이기에 전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2년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그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부터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며 금메달을 향한 열정을 숨기지 않는다.
10대때부터 천재궁사로 이름을 떨쳤지만 시드니올림픽에 대비한 그의 자세는 신중하다. 경기가 토너먼트방식으로 벌어져 어느 한 선수도 소홀히 상대할 수 없다. 바르셀로나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내준 것도 방심한 탓이었다.
시드니에서 금메달을 다퉈야 할 적은 사실 후배들이다.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한국여자양궁대표로 선발된 것 자체가 금메달 후보임을 보증한다. “막판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게 금메달을 따느냐 못따느냐를 가름할 것”이라는 그가 금과녁을 명중시킬 지 궁금하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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