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공멸이다.’시중은행장들이 26일 긴급회동, 현대건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뇌관이 터졌을 경우 나타날 메가톤급 폭발력 때문이다.
대우그룹 문제가 아직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면 파문이 현대의 다른 계열사는 물론 중견·중소기업들까지 확산되고 금융권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은행장은 “솔직히 말해 회의 전 어떤 내용을 논의할 지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 참석했다”며 “그러나 현대가 잘못될 경우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은 물론 대부분 금융기관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의견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은행장들은 “무엇보다 현대가 시장이 받아들일 만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외환은행측은 “현대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결실이 있을 것이므로 우선 각 은행은 파국이 닥치지 않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계에서는 “현대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다. 시장과의 싸움을 ‘정부와의 싸움’으로 착각하고 있다”“차제에 국가경제를 볼모로 시장과 벼랑 끝 곡예를 벌이고 있는 현대를 효율적으로 제재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확산되고 있다.
■ 벼락맞은 자금시장
채권전용펀드 조성 차질로 신음하던 자금시장은 임시국회가 비과세펀드의 근거 법률인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 25일 폐회되고 현대의 신용등급 추락 쇼크까지 겹치자 마비상태에 빠져들었다.
세종증권 채권영업부 관계자는 “지난 주까지만 해도 BBB급 회사채가 간간이 거래되곤 했으나 현대쇼크 이후 완전히 중단됐다”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강태우(姜兌雨)한미은행 외환딜러는 “현대 신용도 추락 내용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딜러들이 한국경제를 불안한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며 “SK텔레콤 지분 매각, 대우자동차 매각 등 달러 공급이 늘어날 조짐이지만 사자 물량이 많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당장 7월을 넘기는 게 초미의 문제다. 27일부터 돌아올 기업들의 만기 회사채는 27일 3,735억원 28일 5,575억원 29일 7,443억원 30·31일 7,027억원등 모두 2조3,780억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중견기업인 S사 고위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만기도래하는 회사채가 1,500억원 규모에 달하는데 현대 신용도 강등 이후 금융기관마다 더욱 보수적인 자세로 돌아서 초긴장 상태에서 금융기관들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환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은 “만일 현대건설이 추락한다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위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현대는 대주주 사재출자, 우량계열사 지분매각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각 금융기관은 이기주의를 버리고 현대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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