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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동티모르의 아름다운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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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동티모르의 아름다운 한국인

입력
2000.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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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언론을 통해 주민 학살과 파괴의 실상을 접하면서 동티모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10월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전도사를 파견, 현지 상황을 확인한 뒤 6개월간의 준비 끝에 올 4월20일 나를 비롯한 5명의 봉사단을 동티모르에 보냈다.유혈 참극이 벌어졌던 수도 딜리는 신속하게 복구되고 있었고 거리는 일거리를 구하는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딜리에서 봉사활동을 하려했던 우리는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역을 찾기로 계획을 바꿨다. 그때 라우템 행정책임자인 한국인 송혜란씨를 만났다. 송씨는 라우템이 20여년만에 온 큰 비로 집과 도로가 무너지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했다. 우리는 라우템에서도 가장 큰 수해를 입은 시카마을에서 봉사하기로 했다.

시카마을의 집은 내전 당시 타다 남은 함석으로 엉성하게 지붕과 벽을 엮어 임시로 만든 것이 전부였다. 원래는 마을이 강가에 있었으나 비 피해때문에 위쪽으로 옮겨졌다. 새로 옮긴 마을에는 우물이 없어 4㎞를 걸어 옛 마을로 가야한다.

대여섯살 아이들도 머리에 한통씩 물을 이고 나를 정도다. 옛마을 터를 지나면서 아이들은 지난해 10월 민병대가 석유를 뿌려 집을 태우고 강가에서 사람들을 처형하는 것을 울면서 지켜 보았다고 했다. 아침마다 배가 고파 우는 아이들은 대부분 영양실조로 배가 불룩 튀어 나와 있다. 하루 2끼, 반찬도 없는 옥수수밥만 먹는 이들에게 영양실조는 당연한 것이리라.

그런 아이들도 한국군 상록수부대원을 만나면 신이 난다. 건빵과 사탕, 생수를 나눠주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그래서 한국군을 ‘천사와 영웅’이라 부른다.

시카마을에 오기전 로스팔로스에서 알게 된 도민가스와 디나는 요즘도 날 만나러 온다. 그들은 한국군이 주말에 틀어준 영화에 대해 자랑한다. 시카마을에서도 영화를 상영했는데 전기도 안들어 오는 곳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영화가 이들에게 얼마나 놀라움을 주었는지 온통 영화 얘기뿐이었다.

8월이면 한국에서 다시 자원봉사자 80명이 도착한다. 전쟁을 일으킨 것도 사람이고 아픔을 감싸안고 상처를 낫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아직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이역만리 동티모르에서 묵묵히 일하는 상록수 부대원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수고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복희 세계기독교연맹 자원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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